대구 '캐리어 시신' 유기 사건…사건 가족·이웃·지자체 방치가 원인

전문가들 "우발적 범죄 아닌 주변 무관심·관리 부재 결과"

50대 장모를 살해하고 여행용 가방(캐리어)에 담아 대구 북구 신천 잠수교 인근에 버린 혐의(존속살해 등)를 받는 20대 사위(왼쪽)와 시체유기 등 범행에 가담한 20대 딸이 2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구지방법원에 도착하고 있다. 2026.4.2 ⓒ 뉴스1 공정식 기자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대구 '캐리어 시신 유기 사건'이 발생 22일 만에 검찰로 넘어간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웃과 가족, 지자체의 방치 속에 키워진 범죄"라고 지적했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조재복(26)은 대구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지난달 17일 오후 10시쯤부터 다음 날인 18일 오전 10시까지 약 12시간 동안 장모 A 씨(50대)를 폭행해 숨지게 했다.

그는 아내 최 모 씨(25)와 함께 장모의 시신을 캐리어에 담아 도심 하천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됐다.

캐리어는 13일간 방치돼 있다가 행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발견됐다. 부검 결과 장모 A 씨는 다발성 골절로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단순한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 주변의 무관심과 관리 부재 속에 장기간 방치되며 악화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범죄심리전문가인 이수정 경기대 범죄교정심리학과 교수는 "아파트나 오피스텔의 경우 늦은 시간 다툼이 벌어지면 피해자의 비명이 주변에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속적인 폭력이 있었다면 이웃이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 신고했다면 경찰이 개입해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이 사건을 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 출신 프로파일러인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족의 역할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피해자의 배우자는 가족이 정신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장기간 별다른 확인이나 개입이 없었던 것은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가족이 학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 씨 부부가 정부 지원을 받으며 공공 서비스를 이용해온 사실이 확인되면서, 지자체의 관리 공백도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이 거주하던 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지난 2월 말 중구로 전입한 이후 초기 상담을 진행했지만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기존 정부 지원 외에 추가적인 서비스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진숙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초기 상담을 통해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라며 "정신건강 치료나 상담 서비스는 바우처로 이용할 수 있지만, 장애 등급과 소득 등에 따라 본인 부담이 발생해 접근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고 개입하는 사례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전문 인력 부족 등으로 지속적인 관리가 어려운 구조적 한계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공적 지원은 단순한 금전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정 상황을 지속해서 점검하는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며 "이들과 대화를 통해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실제로 피해자 A 씨는 지난해 남편과 함께 살던 집을 나와 가출 신고됐고, 당시 경찰이 딸의 주거지에서 A 씨를 발견해 사건이 종결됐다. 당시 A 씨는 "딸과 함께 지내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이력이 있다면 지자체 등이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장모를 폭행해 살해한 조재복은 존속살해와 사체유기, 상해, 감금 혐의로, 부인 최 씨는 사체유기 혐의로 지난 9일 구속 송치됐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강력범죄전담부와 여성범죄조사부가 참여하는 전담수사팀을 꾸려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psyduc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