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 존속이냐 불법 점용이냐…전국서 찾던 팔공산 '기도터' 사라진다
"무속신앙 폄훼 안타까워"…"공원 훼손 안돼"
국립공원 측 "기도터 철거 후 출입 통제 강화"
- 이성덕 기자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네요.
3일 대구 동구 팔공산 도학동의 '명당'으로 알려진 한 기도터. 자진 철거 의사를 밝힌 박모 씨(59)는 이렇게 말했다. 말끝은 담담했지만, 그가 서 있는 자리는 이미 정리의 시간을 향해 가고 있었다.
박 씨의 사정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 팔공산에서 산불 지원 업무를 하다가 지인의 소개로 이곳에 들어왔다고 했다. 처음에는 청소와 심부름을 맡았고, 그러다 자연스럽게 기도터 운영까지 떠맡게 됐다고 한다.
그는 "밥을 준다고 해서 여기서 일을 하게 됐다"며 "기도하러 오는 사람들이 두고 간 돼지머리 등을 치우고, 촛불을 팔아 한 달에 70만 원 정도 번다"고 말했다. 많지 않은 돈이지만, 그에게는 오랜 세월 삶을 이어온 최소한의 생계였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기도터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 시민은 입구로 들어서며 "곧 문을 닫는다면서요, 언제 닫아요"라고 물었다. 박 씨는 짧게 "곧 철거된다"고 답했다.
기도터 안은 여전히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이었다. 곳곳에서는 징소리가 울렸고, 돼지머리에 돈을 꽂은 채 두 손을 모으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누군가에게는 오랜 기도의 자리였고, 누군가에게는 마음을 기댈 곳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익숙한 풍경은 이제 머지않아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팔공산국립공원 동부사무소는 최근 박 씨 등 기도터 점유자 2명에게 철거 명령 통지서를 보냈다. 공원 측은 공원 훼손을 막기 위해 자진 철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박 씨는 자진 철거 의사를 밝혔지만, 다른 한 곳은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기도를 마치고 나온 한 시민은 "기운이 좋다고 알려져 전국에서 많이 찾는 곳"이라며 "무속신앙이 극단적으로 폄훼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누군가에게는 불법 점용 시설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신앙의 공간이라는 목소리다.
반면 국립공원 측의 입장은 분명하다. 계곡은 출입이 제한된 구역이고,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원 측은 자진 철거 의사를 밝히면 철거 인력 등을 지원할 예정이며, 오는 7일까지 철거 의사를 밝히지 않을 경우 2~3차례 계고를 거쳐 행정대집행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철거가 끝난 뒤에는 출입 통제 역시 더 강화할 방침이다.
안평훈 대구 동구의원에 따르면 동구 내 하천·계곡 불법 점용 시설은 108건에 달한다. 안 구의원은 "집중호우나 태풍 때 재해 위험을 키우고 자연경관 훼손도 우려된다"며 "하천과 계곡은 특정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주민 모두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 점용 시설은 원칙대로 철거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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