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산불 1년…마을 주민 구한 수기안토 "아직도 기억 생생"

산불 속 할머니 여럿 구조…대통령 표창도
1년 후 "마을 주민 모두 건강하면 좋겠다"

인도네시아 국적의 수기안토 씨(32)가 16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경정3리에 있는 숙소 앞에서 밝은 표정으로 마을 앞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2026.3.16/뉴스1 최창호 기자

(영덕=뉴스1) 최창호 기자 = "벌써 1년이 다 됐는데도 그때를 생각하면 무서워요."

지난해 3월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영덕까지 확산하자 할머니들을 구조한 인도네시아 국적 수기안토 씨(32)가 "아직도 그날을 잊을 수 없다"며 치를 떨었다.

수기안토 씨는 지난해 3월 25일 오후 11시쯤 산불이 마을을 덮치자 아무 것도 모른 채 집에 머물던 주민들에게 불이 난 사실을 알린 후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들을 둘러업고 마을 앞 방파제를 오가며 구조했다.

16일 영덕군 영덕읍 경정3리에서 만난 수가안토 씨는 조업이 없어 집에서 쉬고 있었다.

대게 자망어선 선원으로 일하는 그는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대통령 표창장까지 받을 줄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인도네시아 국적의 수기안토 씨(32)가 16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경정3리에 있는 자신의 숙소 앞에 걸려 있는 축하 현수막을 바라보고 있다. 2026.3.16/뉴스1 최창호 기자

그는 "상을 받고 온 날 모든 마을 주민이 축하해주고 지난해 11월에는 가족들이 왔을 때 반겨줘 마음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부인도 따뜻한 미소로 반겨준 주민들의 모습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수기안토 씨는 "아직도 검게 탄 마을 뒤 산을 볼 때마다 무서운 생각이 든다. 마을 주민 모두 건강하면 좋겠다"고 했다.

마을 주민들은 "수기안토가 마을 어른과 주민들을 대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착한지 모르겠다"며 "함께 오래오래 살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대형 산불 속에서 노약자들을 업고 산불 대피를 도운 수기아토 씨 등 3명에게 특별기여자 체류자격을 부여했다.

choi1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