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둔 '경북 산불' 이재민 4000여명…"이젠 고향 떠날까 생각"

"특별법, 시행령 생겼지만 하나도 와 닿지 않아"

21일 산불피해지역인 경북 영덕군 영덕읍 매정리 초등학교 앞 부지에 경북도가 지원한 모듈러 주택 40동이 설치되고 있다. 2025.5.21 ⓒ 뉴스1 최창호 기자

(안동·영덕=뉴스1) 신성훈 최창호 기자 = 지난해 3월 경북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지 1년을 앞둔 피해지역 주민 4000여명이 아직도 조립주택 등 임시 주거시설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산불 피해를 입어 임시 주거시설에 거주하는 주민은 안동시 1528명, 영덕군 1336명, 청송군 691명, 의성군 368명, 영양군 152명 등 4075명이다.

산불 피해를 입은 5개 시·군의 주택 3818동 중 복구가 완료된 곳은 200동에 불과하며 294동은 아직도 공사 중이다.

주택 복구가 늦어지면서 이재민들은 지난해 추석에 이어 엿새 앞으로 다가온 설에도 가족과 친척이 모일 곳이 없어 한숨만 내쉬고 있다.

이재민들 사이에서는 "고향을 떠날 것"이라는 말도 나오는 상황이다.

영덕군 석리에 사는 60대 A 씨(여)는 "지난 추석엔 아들에게 고향에 내려오지 말라고 했는데 그래도 걱정됐는지 주말에 왔다 갔다"며 "좁은 임시주택에서 차례 지내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영덕군 노물리 주민 B 씨(70대·여)는 "예전처럼 마음 놓고 지낼 수 있는 집이 없어 명절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했다.

같은 마을의 C 씨(60대)는 "더 이상 뭘 바라고 살아야 할지 막막할 뿐"이라며 "집 잃은 주민에게 이주대책이라도 세워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토로했다.

안동시 일직면 주민 D 씨(80대)도 "마을이 통째로 사라졌지만 평생 살아온 고향을 떠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의성군 안평면 주민 E 씨(60대)는 "특별법이다 시행령이다 많이 생겼다고 들었지만 하나도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산불 이후 마을을 떠난 사람이 하나둘 늘고 있다. 나도 떠나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ssh484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