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에 잊고 지냈는데…" 대구서도 '제주항공 참사 1주기' 애도

분향소에 시민들 발길…"비극 없는 안전한 나라 되길"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맞아 29일 오전 대구 동성로에 마련된 대구시민 추모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있다. 2025.12.29/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벌써 1년이 흘렀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바쁜 일상으로 잊고 지냈는데, 분향소가 설치된 걸 보니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새해에는, 앞으로는 다시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는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길 바랍니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인 29일 대구시민들이 희생자 179명을 애도했다.

이날 오전 10시쯤 대구 동성로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분향소가 차려졌다. 월요일 오전이라 처음에는 분향소를 찾는 시민 발길이 뜸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헌화 행렬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하나같이 작년 말의 끔찍했던 비극을 떠올리며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친구들과 분향소를 찾은 이모 군(16)은 "지나가다 분향소가 마련된 것으로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며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하늘나라에서는 고통 없이 지내시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50대 주부라고 밝힌 정모 씨는 "대한민국 국민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사고라고 생각하니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앞으로는 이런 비극이 없는, 안전한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분향소를 설치한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와 대구 4·16연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10월 항쟁 시민연대 등은 이날 오후 7시부턴 같은 장소에서 시민이 참여하는 희생자 '추모의 밤' 행사를 연다.

행사 주최 측은 "참사 1주기를 맞은 지금까지도 진상 규명이 지체되고 있다"며 "진상 규명과 사고 재발 방지 의지를 시민과 다짐하기 위해 추모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경찰 등은 해당 참사 발생 후 현재까지 총 44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독립성 결여와 항공사고에 대한 전문성 부족 등을 이유로 당국이 관계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아직 송치된 인원도 없다.

이 때문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은 항공철도사고조사위를 국무총리실 산하로 이관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과 진상규명 참여 보장 등을 정치권에 촉구하고 있다.

29일 오전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식'에서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를 비롯한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을 기리며 묵념하고 있다. 2025.12.29/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작년 12월 29일 오전 9시 3분쯤 무안공항에선 승객과 승무원 등 181명이 탑승한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 7C2216편이 착륙 과정에서 조류 충돌 때문으로 추정되는 고장을 일으켰다. 당시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은 해당 여객기는 활주로에 동체 착륙했고,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공항 외벽과 충돌한 후 폭발해 승무원 2명을 제외한 탑승자 179명이 목숨을 잃었다.

pdnam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