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라 양심양산" 대구 구·군 '폭염 필수템' 양산 회수율 '0'

폭염이 이어진 28일 오전 대구 달서구청 민원실에서 한 시민이 '양심양산'을 빌려 뙤약볕을 가린 채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5.7.28/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대구=뉴스1) 공정식 남승렬 이성덕 기자 = "김광석길 0개, 약령시 0개, 메트로센터(지하상가) 0개…작년 회수율 '제로(0)'입니다"

대구 중구 안전총괄과에서 집계한 지난해 '양심양산' 회수율은 '0'에 머물렀다.

중구는 지난해 구청 민원실과 12개 동, 관광안내소 4곳(계산예가·김광석길·약령시·메트로센터)에 총 1500개의 '양심양산'을 비치했다. 하지만 양산은 하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달성군도 지난해 군청과 9개 읍면에 모두 900여 개의 양심양산을 비치했지만, 사용 후 돌아온 양산은 하나도 없었다.

'폭염의 도시', '대프리카'라는 오명을 쓴 대구는 2019년부터 양산 쓰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양산을 쓰면 체감온도를 10도가량 낮추고, 자외선을 차단하는 등 폭염 피해 예방에 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해 대구시는 양산 2000개를 배포하고, 양산 쓰기 운동도 벌였다. 당시 권영진 전 대구시장과 8개 구·군 구청장·군수는 동구 아양아트센터에서 열린 정책협의회에서 시민과 함께 양산 쓰기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남자들도 폭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양산을 쓰자고 했다.

2021년에는 양산대여소가 160여 곳으로 늘어나 약 1만2800개의 양산을 빌려주며, 양심양산 사업은 타 시도에서 앞다퉈 벤치마킹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이 '양심양산'은 회수율이 저조해 최근 각 구·군에서 시비(행안부 특별교부세)를 지원받아 겨우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빌려 가는 사람들이 관리대장에 기록을 남기지 않아 관리도 어려운 형편이다.

폭염이 이어진 28일 오전 대구 달서구청 직원들이 민원실에서 양산꽂이 앞에 '양심양산'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양심에 맡기자'는 취지로 빌려주는 이 양산은 이용자가 관리대장을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회수율이 낮다. 2025.7.28/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폭염과 열대야 속에 주말이 지난 28일 오전, 대구 달서구청 민원실.

구청 직원들이 양산꽂이 앞에 '양심양산'이라는 글씨를 큼지막하게 붙이고 있었다. 민원인들이 빌려 간 양산을 다시 반납해 주길 바라는 이유에서다.

달서구는 올해 7월~9월 구청과 보건소, 각 동 행정복지센터 등 25개 장소에서 양심양산을 빌려준다.

1인 1개 대여를 원칙으로 관리대장에 대여와 반납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작성해야 하지만, 개인정보 등 노출을 꺼리고 '양심'에 맡기는 탓에 작성하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수성구는 동마다 10개씩 재고를 두고, 부족하면 구청에서 받아 가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관리대장은 있으나, 양산을 빌려 가는 민원인에게 개인정보인 전화번호 등을 적으라고 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수성구는 2021년까지 회수율을 조사했으나, 이후부터 조사하지 않고 있다.

북구는 구청과 23개 동에서 총 1730개의 양심우산을 빌려주지만 지난해 기준 회수율 32% 수준에 그쳤다. 말 그대로 '양심'에 맡기다 보니 별도의 관리대장은 작성하지 않는다.

중구는 다음 달 중 구청 1층 로비와 도심 관광안내소(관광센터) 4곳 등 5곳에 양심양산을 비치할 계획이다.

이와는 별개로 폭염에 취약한 주민 1770여명에게 선제적으로 양산을 무상 지원할 예정. 현재 구체적인 제작 수량 등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1770여명에게 지원한 바 있어 올해도 비슷한 수량을 제공할 예정이다.

군위군을 제외한 대구 8개 구·군의 양산 회수율은 집계가 의미 없을 정도로 낮은 상황이다.

폭염이 이어진 28일 오전 대구 동구의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민원인이 폐현수막을 재활용해 만든 양산을 빌려 가고 있다. 2025.7.28/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지난해와 올해 4개 장소에서 양심양산 100개를 빌려주는 동구의 회수율을 50% 수준이다. 동구는 개인이 사용하던 우산이나 양산을 기증받거나 도시과에서 폐현수막을 재활용한 양산으로 보충하는 것이 그나마 보탬이 되고 있다.

'양심양산'은 말 그대로 시민들의 양심에 맡기는 양산이다. 필요한 사람이 사용한 뒤 지정된 장소에 반납해야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양심에 맡기는 양산을 빌리는 사람이 이름과 연락처를 자발적으로 남기지 않으면, 일일이 적으라고 강요할 수 없다 보니 회수율이 현저히 낮아지는 실정이다.

너무 고급 양산을 비치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한눈에 봐도 디자인이 예쁘고, 고급이다 싶으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불길한 느낌이 든다"며 "국지성 호우가 잦은 요즘, 가방에 넣어두고 우산으로도 사용하니 회수율은 더 낮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군마다 낮은 양심양산 회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대여와 반납 실명제 등 관리대장 강화, 폐현수막 재활용, 최소한의 대여 보증금 제도 도입 등 아이디어는 다양하다. 하지만 폭염의 피해를 줄이고 건강한 여름나기와 폭염 도시라는 오명을 벗자는 '양심양산' 본래 취지에서 멀어지면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심양산을 정리하던 한 구청 관계자는 "양심은'공짜'가 아니라 '인격'인데…안타깝습니다"라고 말했다.

jsg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