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째 와드득"…'폭염 사투' 대프리카 동물들 특별한 여름특식
샤워하는 코끼리, 얼음 깨먹는 불곰, 오이 골라내는 침팬지
- 공정식 기자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달성공원에서 여름을 세 번은 더 보내야 이사할 수 있으니, 그때까지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길 바라고 있어요."
6월 말 시작된 폭염의 기세가 열흘 넘게 이어진 9일 오후 2시, 대구의 기온은 이미 33도를 넘었다.
이날 대구 중구 달성공원에서는 폭염에 지친 동물들에게 올여름 첫 여름특식이 주어졌다.
호랑이와 사자에게 돼지 간과 돼지 안심이, 에조 불곰에게는 수박, 오이, 사탕수수, 참외, 돼지 간 등이 특식으로 제공됐다. 냉동 열대과일은 망고, 용과, 파인애플, 딸기 등으로 구성됐다.
또 사슴과 말에게는 오이, 수박, 사탕수수를, 침팬지에게는 파프리카, 오이, 수박, 사탕수수, 냉동 열대과일을 주며 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했다.
1969년에 태어나 2018년 12월 달성공원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아시아 코끼리 코순이(암컷)는 여름이면 냉수 샤워와 얼음 간식으로 무더위를 견딘다.
이날은 방사장 앞 샤워시설에서 사육사가 준비한 수박과 냉동 열대과일을 앞발로 밟아 깨트린 뒤 코로 집어 먹었다. 잠깐 찬물을 맞더니 샤워는 멈췄다.
얼음 간식 먹는 장면을 지켜보던 한 시민은 "코끼리도 나이가 많아 너무 찬물은 싫어하는 것 같다"며 "올여름 더위엔 이길 장사가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에조 불곰은 사육사가 건넨 냉동 열대과일을 발로 굴려 물웅덩이에 빠뜨린 뒤 곧장 물에 들어가 얼음째 와드득 씹어 먹었다.
침팬지 알렉스는 손가락으로 얼음을 문질러 맛을 본 뒤 과일을 먼저 먹었다. 오이 몇 개를 골라냈다.
옆에서 지켜보던 사육사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런지 긴장한 것 같다"며 "맛있는 과일을 먼저 먹고 나중에 오이까지 다 먹는다"고 말했다.
현재 달성공원에는 10명의 사육사를 비롯해 조경과 시설 관리 등 23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여름이면 아침마다 동물의 변이나 숨소리를 살피고, 건강 상태를 유심히 관찰한다. 폭염에 말 못 하는 동물이 언제 탈이 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여름 특식을 자주 주지는 못한다.
사육사는 "사람도 입맛 없는 여름인데 동물도 마찬가지겠죠. 하지만 얼음 간식을 너무 자주 주면 탈이 날 수도 있고, 주식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어 잘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를 대표하는 동물원인 달성공원은 2027년 연말까지 수성구 삼덕동 일대에 자연 친화적 동물원으로 조성 중인 대구대공원으로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시설과 생활 환경이 낙후돼 달성공원 동물원 이전은 대구시의 숙원사업이다.
이종영(53) 사육반장(53)은 "대구대공원 이전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고, 더 좋은 환경과 시설에서 대구시민과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jsg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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