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 철로 난입 사고에도…코레일 경위 파악은 뒷전

21일 오전 5시10분쯤 동대구역 철로에 만취한 20대 남성이 차를 몰고 들어가 바퀴가 열차 철로에 걸려 열차운행이 30여분동안 중단됐다. 운전자 A씨(25)는 경찰 음주측정한 결과 혈중알콜농도 0.137%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경찰청 제공)/뉴스1 ⓒ News1 ⓒ News1 정지훈 기자
21일 오전 5시10분쯤 동대구역 철로에 만취한 20대 남성이 차를 몰고 들어가 바퀴가 열차 철로에 걸려 열차운행이 30여분동안 중단됐다. 운전자 A씨(25)는 경찰 음주측정한 결과 혈중알콜농도 0.137%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경찰청 제공)/뉴스1 ⓒ News1 ⓒ News1 정지훈 기자

(대구=뉴스1) 정지훈 기자 = 만취 운전자가 철로로 차를 몰고 난입하는 일이 발생, 코레일의 허술한 시설관리와 보안시스템에 허점이 발견됐지만 사고예방을 위한 처방과 개선은 뒷전인채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해 안일한 안전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뉴스1은 지난 21일 오전 발생한 동대구역 1번 철로에 차량이 난입한 사건에 대한 경위와 후속 대책 등을 파악하기 위해 코레일에 답변을 요청했다.

하지만 코레일이 24일 보낸 답변서에는 이번 사고에 대한 문제인식이나 안전대책에 대한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

◇국가기간시설 뚫렸는데

'운전자가 만취상태로 역 구내로 진입했고, 정확한 철로진입 경위는 경찰에서 조사 중이다'

코레일 측은 '만취한 차량이 어떻게 철로로 접근할 수 있는지 확인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지난 21일 오전 5시10분쯤 운전자 A씨(24)는 만취상태에서 대구 동구 신암동 동대구역 제2주차장 옆 출입문으로 들어가 1번 선로에 차 앞바퀴가 빠졌다.

A씨는 차를 움직일 수 없게 되자 119로 전화를 걸었고, 119는 술에 취해 횡설수설해 위치를 설명하지 못한 A씨를 찾기위해 동대구역으로 전화를 걸었다.

역 직원들은 수색 끝에 A씨를 발견하고 경찰과 119상황실에 이런 사실을 알렸다.

동대구역은 119상황실 전화를 받고 A씨의 차량을 찾기까지 11분간 열차 운행을 전면 중단시켰다.

안전 전문가들은 "항만, 철도는 국가 중요 기간시설인데, 일반인이 차를 몰고 열차 선로까지 무단침입한 상황을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중진 대구안전생활실천연합 사무총장은 "국가기간시설물인 철도의 안전·보안 시설이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문제가 발견되면 경찰 수사와 별개로 자체 경위를 조사한 뒤 문제를 파악해 대처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도 코레일의 '떠넘기기 식'의 답변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물적피해가 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건은 사고라고 할 수 없다"며 "경찰은 음주운전에 대한 범법 행위 판단과 교통방해 혐의 여부에 대해 조사할 뿐 어떤 경로를 통해 철로에 들어갔는지는 조사 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지난 21일 오전 만취운전자가 철로에 차를 몰고 무단침입 사건이 발생한 동대구역 출입문에 번호식 자물쇠가 달려있다. 2018. 1. 23. 정지훈 기자/뉴스1ⓒ News1
지난 21일 오전 만취운전자가 철로로 진입하기 전 통과한 동대구역 출입문 안쪽으로 작업자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2018. 1. 23. 정지훈 기자/뉴스1 ⓒ News1

◇현장 조치는 자물쇠 하나 더 채우기

코레일 측은 이 사건 이후의 조치에 대해 "우선 현장 출입문에 번호식 자물쇠 외에 일반자물쇠를 추가해 이중 잠금장치를 설치했다"고 했다.

사건 다음날인 23일 무단침입이 발생한 출입문에는 번호식 자물쇠 외에 철물점에서 살 수 있는 황금색 작은 자물쇠 1개가 추가돼 있었다.

코레일은 또 "출입문은 직원이 현장 출장 후 입회하에 개방하고 승강 홈과 선로 진입 노출 지역에는 차단막을 설치하고 경고문을 부착했다"고 덧붙였다.

출입문 외의 추가 보완 대책으로 "선로 진입방지용 봉 설치, 이중 철문 출입문 설치로 보안 강화, 청소업체 차량 출입 시 정차 후 출입문 잠금 확인을 철저히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하루 평균 4만5000명이 이용하는 동대구역에 무단침입 사고 차단과 안전사고 위험 요소를 예방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보다 '땜질식 처방'에 급급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동대구역 내에는 190여개의 CCTV가 설치돼 있지만 역 통제실에서는 만취 운전자가 철로에 무단침입해 스스로 신고하고 발견되기까지 11분 동안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역 시설 주변의 보안을 위한 감시체계 운영상황에 대해 코레일 측은 "출입이 많은 맞이방 출입구 등에는 직원을 배치해 관리하고 있으며, 출입이 적은 출입구는 쇄정장치와 CCTV를 설치해 관리한다"고 했다.

무단침입 차량을 발견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출입문을 순식간에 통과한데다 안개가 너무 짙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명했다.

이에대해 안전 전문가들은 "이는 언제든지 역이 뚫릴 수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중진 대구안전생활실천연합 사무총장은 "동대구역에서는 수년 전 고압선 감전 사망사고 등이 발생한 적이 있다. 무단 침입뿐 아니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역내 작업자들의 안전사고 예방과 위험 시설물 접근, 무단침입 방지를 위해 통제실과 연동된 자동경보 센서를 설치하는 등의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고 덧붙였다.

daegur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