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에 짓밟힌 여대생의 꿈…묻지마 폭행 20대 '징역 15년'

피해여성, 학업 포기하고 사회와 단절한채 고통 신음
피 묻은 '워커' 세탁소에 맡겨 증거인멸…사건현장서 여친과 데이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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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ㆍ경북=뉴스1) 배준수 기자 = 대구지역의 한 4년제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던 A양은 학업성적이 우수해 장학금을 받는 등 장래가 기대되는 모범생이었다.

기말고사와 산업디자인 공모전을 앞두고 있던 A양은 얼굴 한번 본적도 없는 남성으로부터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고, 1년 가량 시간이 흘렀지만 학업을 포기한 채 극심한 고통 속에서 세상과 단절해 살고 있다.

이런 몹쓸 짓을 한 20대 남성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1·2심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양은 지난해 12월14일 변을 당했다.

이날 오전 6시께 대구 중구 동성로의 의류매장 앞을 지나가던 중 "너, 나 알지"라면서 무턱대고 얼굴을 때리는 김모(28)씨의 손에 이끌려 골목으로 끌려갔다.

이때부터 김씨의 무자비한 폭행이 시작됐다.

가로 18㎝, 세로 18㎝, 높이 4㎝의 시멘트 벽돌로 A양의 머리를 2차례 내려치고, 군화 처럼 생긴 일명 '워커'로 A양의 머리 부위를 25차례 이상 가격했다. 얼굴을 짓이겨버린 것이다.

김씨는 그것도 모자라 무릎 높이까지 뛰어올라 70㎏이 넘는 체중을 한껏 실어 A양의 머리 부위를 3차례 이상 더 밟았다.

A양은 코뼈와 치아 3개가 부러지고, 뇌진탕에 두피손상까지 입고 실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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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씨는 의식을 잃은 A양의 옷을 벗기고 몹쓸 짓으로 성욕을 채웠으며, 영하 8도의 길바닥에 A양을 내버려둔 채 달아났다.

김씨가 A양을 폭행한 이유는 단순했다.

이날 오전 5시53분 동성로 클럽에서 만난 B(20)양에게 '함께 술을 마시자'고 제안했으나 거절당했고, A양이 B양인 것으로 착각하고 쫓아가 폭행했던 것이다.

그는 범행 후에도 잔인했다.

김씨는 피묻은 신발의 혈흔이 완전히 지워지지 않자 '생선피 자국을 지워 달라'면서 세탁소에 맡겨 증거를 없애려 했고, 여자친구에게는 A양을 때릴 때 다친 손가락을 보여주며 '자전거를 타다 생긴 것'이라고 거짓말했다.

심지어 지인으로부터 인터넷에 올라온 사건 용의자의 사진과 자신이 닮았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서도 태연히 웃어넘기고 여자 친구와 사건 현장 부근에서 데이트를 즐겼다.

대구지법 법정 ⓒ News1

살인미수와 유사강간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씨는 6월19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5년과 20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신상정보 공개·고지 10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김씨는 반성은 커녕 "살인의 고의가 없었고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범균)는 29일 김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며,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무자비한 폭행은 이미 살인에 이른 것과 같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자는 외출도 제대로 못하는 등 극심한 후유증을 겪고 있고, 얼굴 등에 생긴 흉터는 여성인 피해자의 인생과 사회생활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와 고통을 입은 피해자를 위해 진심어린 용서를 구하거나 피해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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