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스칼라·퐁피두 계속 가나…부산시민에게 직접 물었다
문화분야 타운홀 미팅 시민·전문가 100여 명 참석
숙의 절차 거쳐 10월 초 사업 지속 여부 결정
- 이주현 기자
(부산=뉴스1) 이주현 기자 = 약 105억 원이 투입될 예정인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기념 라 스칼라 초청공연과 1100억 원 규모의 시비가 들어가는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 건립 사업의 지속 여부를 놓고 부산시민들이 직접 의견을 쏟아냈다. 해외 유명 문화예술 콘텐츠를 활용해 부산의 문화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과 부산시의 재정을 해외가 아닌 지역 예술 생태계 육성에 투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부산시는 30일 오후 시청 1층 대회의실에서 '문화기본도시 부산, 시민이 묻고 부산이 답하다'를 주제로 문화분야 타운홀 미팅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문화예술 분야 전문가와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날 타운홀 미팅은 부산시의 문화예술정책 비전과 예술인 지원 정책 등에 대한 시민 의견을 듣는 1부와 라 스칼라 초청공연,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 건립 등 주요 문화 현안을 논의하는 2부로 진행됐다. 특히 두 사업의 지속 여부를 다룬 2부에서는 시민들의 찬반 의견이 잇따르면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두 사업에 대한 결정을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 시장은 "결정을 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전임 시장이 추진했던 정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버리지 않겠다. 정책의 우선순위는 언제나 시민 여러분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 재검토 기준으로 △시민 체감도와 공공성 △재정의 지속 가능성 △부산 문화예술 창작 생태계 기여도 △실행 가능성과 책임성 등을 제시했다. 초기 투자비뿐만 아니라 향후 운영비와 장기적인 재정 부담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되 시민이 체감하는 문화적 가치와 공공적 효과도 함께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라 스칼라 초청공연과 퐁피두 분관 건립에 찬성한 한 시민은 "320만 부산시민 모두를 만족시키는 예술사업은 있을 수 없다"며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건립한 오페라하우스인 만큼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시민도 수준 높은 예술을 향유할 권리가 있다"며 두 사업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시민은 "해외 예술이 들어온다고 해서 부산의 척박한 지역 예술 생태계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며 "부산의 재정은 지역 예술을 살리는 데 활용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자신을 지역 예술인이라고 소개한 한 시민도 "지역 예술인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예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며 "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지역 예술인 가운데도 훌륭한 자질을 갖춘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소수를 위한 공연이 아니라 자질있는 지역 예술인을 지원하고 우리 예술을 살리는 정책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장기적인 문화관광 자산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사업 지속을 주장한 한 시민은 "건립비와 운영비 등 적자 우려만으로 문화시설의 가치를 평가할 수는 없다"며 "광안대교 역시 건설 당시 막대한 비용을 이유로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지금은 부산을 대표하는 상징이자 관광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비용의 적정성을 검토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10년, 20년 뒤 시민에게 어떤 문화관광 자산을 남길지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퐁피두 분관 예정지인 이기대의 자연환경 보존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시민은 "이기대를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훼손하지 말고 보존해야 한다"며 퐁피두 분관 대신 자연·생태·지질·역사·예술을 연결하는 해양생태문화공원으로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또 퐁피두 분관 대신 북항 개발과 연계한 해양예술관 등 부산만의 문화시설을 조성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사업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발언 신청이 상대적으로 많이 이어졌다. 전 시장과 사회자가 찬반 양측의 의견을 고르게 듣기 위해 중립적인 진행을 강조했지만 반대 의견을 가진 참석자들이 잇따라 발언을 신청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전 시장은 현장에서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한 시민들의 의견도 별도로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발언하지 못한 의견은 QR코드를 통해 받아 모두 읽어보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시민 의견을 포함한 숙의 절차를 거쳐 두 사업의 지속 여부를 10월 결정할 예정이다. 오페라하우스 개관 기념 라 스칼라 초청공연은 전문가 운영자문단 회의와 대시민 토론회, 시민 인식조사, 문화협력위원회 심의·의견 제시 등의 절차를 거쳤다. 시는 이날 타운홀 미팅에서 나온 시민 의견까지 종합해 10월 초 사업 추진 여부에 대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 건립 사업 역시 정책점검단 구성과 회의를 거쳐 점검보고서를 마련했다. 문화협력위원회 심의와 이날 시민 의견 등을 종합해 10월 초 사업 지속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2wee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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