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공사 통합 반대…'여당' 전재수 시장도 입장 내라"

7일 부산 등 4대 항만 소재지 시민단체 공동 기자회견
"4대 항만공사 모두 여당 시장 지자체 소재…목소리 내야"

7일 해양수도부산발전협의회 등이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모습 2026.9.7 ⓒ 뉴스1 홍 기자

(부산=뉴스1) 홍윤 기자 = 부산, 울산, 인천, 여수, 광양 등 국내 4대 항만공사가 소재한 5개 지역의 시민단체가 정부의 항만공사 통합안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냈다. 특히 여당 소속인 전재수 부산시장이 이와 관련해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는 것에 대해 비판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7일 해양수도부산발전협의회 등은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4대 항만공사의 통합 추진은 국가 항만경쟁력과 지방분권을 훼손하는 만큼 철회돼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세계적으로 공급망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가칭)한국항만공사로 통합, 중앙집권 형태로 조직을 개편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해양강국을 만들고 해양수도권을 형성하겠다고 하면서 정부는 그 핵심기관인 항만공사를 행정효율성만을 앞세우며 서로 다른 항만을 하나의 거대 조직으로 묶으려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미국, 독일, 네덜란드, 중국, 싱가포르 등 경쟁국의 사례를 거론하며 "해외 경쟁항만 들은 중앙정부 주도의 중앙집권형 조직으로 통합하는 것이 아닌 지방정부 주도의 지방분권형 조직으로 전문성과 자율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네덜란드 로테르담항만공사의 경우 항만 및 배후산업단지 개발·운영, 국제경쟁력 강화 방안 추진 등을 도맡는 전문기관의 역할을 하면서 지방정부가 70%, 중앙정부가 30%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항만운영에 있어 지역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는 구조다. 또한 배당금도 지배구조상 상당부분이 지역으로 배분할 수 있어 이를 지역에 재투자하는 형태로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여지도 많다.

또한 싱가포르도 도시국가라는 특성에도 불구, 항만을 담당하는 행정기관과 운영 전문기업은 분리해 분권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마저도 공산주의 국가로서 경제 정책 등에서 중앙정부의 입김이 강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하이항은 상하이 교통위원회가 행정, 관리기능을 가지고 상하이국제항무역그룹(SIPG)가 실무집행을 하는 독립운영구조로 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별로 항만공사가 설치됐음에도 강력한 중앙집권적인 구조로 돼 있다. 부산항만공사만 보더라도 최고 의결기구인 항만위원회 역시 7명의 위원 가운데 부산시가 추천할 수 있는 인사는 단 2명뿐이다. 또한 부산시의 지분이 없어 지난해 국내 항만공사 중 최고 수준의 흑자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배당금이라는 이름으로 고스란히 국고에 환수, 지역에 순환되지 못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항만공사가 설치된 4대 항만(부산·울산·인천·여수광양)의 기능이 달라 경영독립성 강화가 무엇보다도 필요한 상황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부산항은 세계적인 컨테이너 환적항만이고 울산항은 국가에너지산업을 뒷받침하는 에너지항만, 여수광양항은 철강·석유화학 등 국가기간산업을 지원하는 산업 항만으로 기능하고 있다. 인천항도 수도권 국제물류 관문이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들은 글로벌 항만경쟁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항만별 특성에 맞는 투자·개발·마케팅 전략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항만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자율성 및 책임경영 기조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체는 "항만공사가 통합될 경우 한국항만공사가 운용정책 등에서 총괄기획을 하고 지사는 독자적으로 정책결정을 하기 힘들게 된다"며 "이렇게 될 경우 하드웨어 인프라는 물론 스마트 항만, 배후단지 개발 등 상당한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에 재정투자가 어려워져 부산항과 우리나라의 글로벌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치권의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기도 했다. 항만공사 통합을 위해서는 항만공사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국회의 문턱을 반드시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야 지역 국회의원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물론 4대 항만공사의 소재지의 지자체장이 모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만큼 '중량감'을 발휘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협의회 등은 "4대 항만공사는 노무현 정부에서 지방분권 정책의 일환으로 먼 미래를 보고 만들어졌다"며 "민주당 소속인 전재수 부산시장을 비롯한 5개 지역 단체장이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항만공사 통합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는 시민사회의 기자회견은 인천과 여수·광양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울산에서도 성명서 발표가 이뤄졌다. 협의회에 따르면 각 지역에서 참여한 단체의 수만 300여개에 달한다.

red-yun8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