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m 수심에 막힌 부산 예인선 구조…결국 '해외 심해잠수팀' 찾는다

침몰 6일째에도 구조 난항…8일 기상 호전 맞춰 수색 재개
장비 부족·안전 확보 난항에 '해외 전문 잠수팀' 투입 타진

지난 2일 오후 부산 오륙도 남동방 약 9㎞ 해상에서 8명이 탑승한 286톤급 견인용 예선 티엔에스캐처 호가 전복돼 해경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구조됐다. 해경은 실종된 승선원 6명을 수색 중이다. (부산해경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9.2 /뉴스1

(부산=뉴스1) 임순택 기자 = 6명의 실종자를 품은 채 부산 앞바다 수심 87m 아래로 가라앉은 예인선 '티앤에스캐처호(286톤)'. 사고 발생 6일째인 7일, 구조 당국과 선사가 실종자 수색을 위해 국내 인력을 넘어 '해외 심해잠수사' 투입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7일 해경과 선사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오륙도 남동쪽 해상에서 대형 컨테이너선을 예인하다 전복, 침몰한 티앤에스캐처호는 현재 기장군 대변항 남동쪽 약 6㎞ 해상 해저에 가라앉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87m'라는 극한의 수심이다. 일반적인 공기 잠수의 한계선인 30~40m를 두 배 이상 훌쩍 넘는 이 깊이에서는 수압으로 인한 질소 마취와 잠수병 위험이 극도로 높아진다. 안전한 수색을 위해서는 잠수사가 헬륨과 산소가 섞인 혼합기체를 마시거나, 아예 깊은 수압에 몸을 적응시키는 '포화잠수(Saturation Diving)'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국내 민간 업계의 현실은 척박하다. 수십에서 수백억 원을 호가하는 포화잠수 장비나 험한 파도 속에서도 선박의 위치를 고정해 주는 동적위치유지시스템(DP)이 장착된 첨단 다이빙 지원선(DSV)을 상시 운용하는 곳을 찾기 힘들다. 생명이 오가는 심해 수색을 온전히 감당하기엔 하드웨어적 한계가 뚜렷하다.

이러한 인프라 부재는 결국 해외 전문가 섭외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선사와 해경 등 구조 당국은 8일 오전 풍랑주의보 해제 등 기상 호전에 맞춰 수중 수색을 본격화하기 위해 해외 심해잠수 전문 인력과 장비 도입을 다각도로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 선진국의 경우 국제해양도급업자협회(IMCA)의 엄격한 가이드라인 아래 체계적인 심해 구조 및 작업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한시가 급한 실종자 가족의 애타는 마음과 수색 작업의 안전성을 동시에 충족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훈련을 받고 첨단 장비로 무장한 해외 팀의 투입이 현실적으로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대형 해양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국내 심해구조의 민낯은 반복해서 노출되고 있다. 기술과 장비의 부족을 잠수사 개인의 투혼과 목숨을 건 헌신으로 메워온 것이 뼈아픈 현실이다.

부산 앞바다 예인선 전복·침몰 사고 사흘째인 지난 4일 사고 해역에서 해군 군함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해경은 오는 8일까지 사고 해역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돼 수중 수색이 어려워 해상 수색으로 전환했다. 이 사고로 선원 8명 중 1명이 숨지고 1명이 구조됐으며, 나머지 선원 6명은 실종된 상태다. 2026.9.4 ⓒ 뉴스1 윤일지 기자

한 해양재난 구조 전문가는 "수심 87m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환경과 엄청난 수압 탓에 잠수사의 생명을 담보로 해야 하는 초고난도 작업 구역"이라며 국내 상황을 꼬집었다.

그는 "우리나라 민간 잠수사들의 현장 적응력과 개인 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첨단 장비와 안전 인프라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대형 해양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민간 잠수사들의 개인적인 희생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평상시 심해 구조 장비 현대화와 체계적인 안전망 구축을 위한 국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당장 실종자 6명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지만, 장기적으로는 '해양 강국'이라는 이름표에 걸맞은 자체적인 심해 구조 인프라 확보가 대한민국의 시급한 숙제로 남겨졌다.

limst6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