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실련 "항만공사 통합은 시대착오적…철회하고 분권 강화해야"

"일방적 통합 강행 시도는 시대에 역행, 명백한 퇴보"
"4대 항만, 화물성격·운영방식 달라…분권이 세계적 추세"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의 컨테이너 모습. 2026.4.1 ⓒ 뉴스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홍윤 기자 =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에 전국 4대 항만공사 통합이 포함된 것에 대해 부산 지역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이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부산경실련)은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국제 항만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전국 4개 항만공사를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하는 것을 공식화했다"며 "이러한 일방적 강행 시도는 시대에 역행하는 명백한 퇴보인 만큼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먼저 "화물 성격도 운영방식도 다른 항만을 하나로 묶는 것은 항만경영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를 부정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부산경실련에 따르면 부산항은 컨테이너 환적을, 광양항은 배후산업과 연계된 종합물류를, 인천항은 대(對)중국 교역을, 울산항은 에너지·물류를 중심으로 취급하는 등 항만별로 화물종류와 운영방식, 배후 경제권이 저마다 다르다. 이에 따라 항만을 과거처럼 하나의 기관으로 묶겠다는 발상은 현장 대응력 약화와 항만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세계적으로도 항만은 '분권'이 대세다. 정부가 명분으로 내세우는 '국제 항만 경쟁력'과도 배치되는 것이 부산경실련의 주장이다.

부산경실련은 "1909년 런던항만공사 설립 이후 선진 항만의 관리권은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국영에서 민·공영으로 꾸준히 이양되어 왔다"며 "로테르담항은 로테르담시가 지분 70%, 네덜란드 정부가 30%를 나눠갖고 있으며 로스앤젤레스항과 롱비치항은 시장이 임명하고 시의회가 승인하는 항만위원회를 통해 각각 해당 시 소속 항만부서로 운영된다"고 했다.

반면 부산항의 경우 부산항만공사의 지분을 재정경제부(87.31%)와 한국해양진흥공사(12.69%)가 전량 보유하고 있고 최고 의결기구인 항만위원회 역시 7명의 위원 가운데 부산시가 추천할 수 있는 인사는 단 2명뿐으로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없는 구조다. 부산항만공사는 부대사업에 출자 한 번 하려 해도 해양수산부 장관의 협의는 물론 재정경제부와 사전협의를 거쳐야 하는 중앙통제에 발이 묶여 있다.

또한 부산항만공사는 지난해 매출 4049억 원, 당기순이익 439억 원(순이익률 10.8%)으로 국내 항만공사 가운데 최고 수준의 흑자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수익 상당액은 지역 재투자 대신 정부 배당금이라는 이름으로 고스란히 국고에 환수됐다. 부산에 속한 항만에서 창출된 부가가치가 지역경제에 흘러 들어가지 못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따라서 부산경실련은 4대 항만공사 통합결정을 철회하는 것은 물론 항만에 대한 자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한성숙 국무총리는 공공기관·행정기관 이전 원칙으로 나눠먹기식 배분 지양과 함께 균형발전과 지역 주도권을 강조했다"면서 "그러나 정작 항만공사에 대해서는 지역 기반의 개별 공기업을 해체해 중앙통제 기관으로 되돌려 20여 년 전 컨테이너부두공단 시절의 국유·국영 체제로 되돌아가려 하는 자기모순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4대 항만공사 통합결정 철회 △항만공사의 독립성 보장 △부산시 지분 참여 및 지역 추천 항만위원 비율 확대 등을 통해 "시대착오적 통합의 시계를 멈추고 지역과 상생하는 분권형 항만의 길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red-yun8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