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베테랑 항해사였는데…" 부산 예인선 실종자 가족·지인 '망연자실'
- 박서현 기자

(부산=뉴스1) 박서현 기자 = "35년을 알고 지냈어요. 일주일 전에도 통화했는데….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3일 부산 동구에 마련된 오륙도 예인선 전복 사고 실종자 가족 대기실엔 무거운 침묵과 적막감이 감돌았다. 사고 발생 하루가 지났지만, 실종자 6명의 생환을 기다리는 가족과 지인들은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날 오전에 찾은 사고 예인선 선사 관계자들은 굳은 표정으로 해경의 수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선사 사무실 인근 건물에는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대기실이 마련돼 있었다. 부산시가 전날 오후 5시쯤 마련한 이곳에는 실종자 가족과 지인들이 모여 수색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부 가족과 지인들은 서로 손을 맞잡고 울거나 아직까지 사고 자체가 믿기지 않은 듯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가족과 지인 외에는 출입이 제한됐고, 대기실 밖에는 정부와 해양수산부, 부산시 등 재난안전대책본부 소속 관계자들이 머물며 가족들을 지원하고 있었다.
이날 뉴스1 취재진과 만난 60대 남성 A 씨와 B 씨는 실종된 한국인 선장 C 씨와 오랜 시간 함께 배를 탔던 동료들이었다. 두 사람은 전주에서 부산으로 올라오는 C 씨의 친형을 마중하기 위해 대기실 인근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A 씨는 C 씨와 35년가량 알고 지낸 사이라고 했다. C 씨가 가족 대신 A 씨의 연락처를 비상 연락망에 남겨둬 사고 직후 선사 측의 연락도 A 씨에게 가장 먼저 닿았다.
A 씨는 "회사에서 나한테 연락이 와 가족들을 수소문했다"며 "전주에 있는 C 씨 가족에게 연락했고 가족들이 지금 모두 부산으로 내려오는 중"이라고 말했다.
C 씨와는 최근까지도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다. 사고 불과 일주일 전에도 통화했고 두 달 전에는 경남 거제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그는 "처음 연락을 받고 정신이 없었다. '뭘 이런 일이 다 있나' 싶었다"며 "TV에서나 보던 일인데 이런 일이 나한테도 생기는구나 싶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실종된 C 씨는 오랜 기간 바다에서 일한 베테랑 항해사였다고 한다. 과거 기관장으로 배를 탔던 A 씨는 C 씨에 대해 "선장이 된 지는 3년 정도 됐지만 항해사로는 30년 가까이 일했다"며 "알래스카부터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오래 배를 탄 사람"이라고 말했다.
오랜 뱃사람인 만큼 A 씨는 수색 상황을 더욱 답답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이날 오전 현장 관계자들이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에서 수색 범위 등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했다. A 씨는 "배도 침몰하면서 몇 ㎞를 밀려갔다는데 사람이 물에 떠 있었다면 얼마나 갔겠느냐"며 "범위가 기약이 없는데 어떻게 수색할 것인지 물었고, 그 부분도 협의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B 씨의 눈시울도 금세 붉어졌다. 그 역시 과거 C 씨와 함께 배를 탔던 사이로 C 씨를 '동생'이라고 불렀다.
B 씨는 처음 사고 소식을 들었던 순간을 묻자 "가슴이 먹먹했다"고 짧게 답했다. 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한동안 고개를 숙인 채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사고 당시 촬영된 영상도 확인했다는 그는 "예인선이 끌고 가면 앞으로 가야 하는데 뒤로 오는 모습이 이해가 안 됐다"면서도 "사고라는 게 생각하지 못한 데서 일어나는 것 아니겠느냐. 상식대로만 된다면 사고가 나겠느냐"고 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두 사람은 전주에서 올라오는 C 씨의 친형을 마중하기 위해 주변을 살폈다. 거의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대기실 밖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C 씨의 친형이 도착했다. 현장 관계자들은 그를 가족 대기실로 안내해 현재까지 파악된 사고 경위와 수색 상황 등을 설명했다. 설명을 듣는 친형의 표정에는 착잡한 기색이 역력했다.
관계기관은 수색 상황에 변화가 생길 때마다 언론에 알리기 전 가족들에게 먼저 설명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에도 한 차례 가족 대상 설명이 진행됐으며 오후에도 추가 설명이 예정돼 있다.
앞서 2일 오후 1시 29분쯤 부산 오륙도 동쪽 약 9㎞ 해상에서 286톤급 예인선 티엔에스캐처호가 전복됐다.
당시 배에는 한국인 6명과 인도네시아인 2명 등 선원 8명이 타고 있었다. 이 가운데 인도네시아인 선원 1명이 구조됐고 한국인 선원 1명이 숨졌다. 한국인 5명과 인도네시아인 1명 등 6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해경은 이날 수색 범위를 가로 66㎞, 세로 40㎞ 해역으로 확대했다. 침몰한 예인선은 수심 약 87m 해저에서 발견됐지만 빠른 유속과 제한된 수중 시야로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wiseh@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