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 헤어져라" 40대 아들 펜치 폭행·감금 아버지…法 "왜곡된 애정"

부산고등·지방법원 ⓒ 뉴스1 윤일지 기자
부산고등·지방법원 ⓒ 뉴스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박서현 기자 = 성인 아들이 여자 친구를 사귄 뒤 자신에게 소홀해졌다는 이유로 불만을 품고 아들을 펜치로 폭행한 뒤 손발을 묶어 감금한 70대 아버지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12단독 박병주 판사는 특수상해와 감금 혐의로 기소된 A 씨(70대·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A 씨에게 2년간 보호관찰과 40시간의 가정폭력 재범 예방 강의 수강도 명령했다.

A 씨는 지난 6월 10일 오전 8시쯤 부산 영도구 자택에서 함께 살던 아들 B 씨(40대·남)를 펜치로 폭행하고 약 1시간 30분 동안 감금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3월쯤부터 B 씨가 여자 친구를 사귀면서 이전보다 자신에게 소홀해졌다고 생각해 여러 차례 헤어지라고 요구했으나 B 씨가 따르지 않자, 불만을 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전날에도 두 사람은 B 씨의 여자 친구 문제로 말다툼을 벌였다.

A 씨는 다음 날 B 씨가 전날 말다툼에 대해 사과했는데도 화가 풀리지 않자, 펜치로 B 씨의 등을 여러 차례 내리찍었다. 이어 자신의 허리띠를 B 씨의 목에 감아 안방으로 끌고 갔다.

A 씨는 B 씨에게 "오늘 회사에 가지 말고 오늘로 모두 다 끝내자"는 등의 말을 하며 양손과 양발을 유리 테이프로 묶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B 씨는 같은 날 오전 9시 30분쯤 경찰이 자택에 도착할 때까지 약 1시간 30분 동안 감금됐다. 이 과정에서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

박 판사는 A 씨가 성인인 아들의 사생활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등 자녀들에 대한 왜곡된 애정을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이전에도 B 씨와 딸에게 부적절한 신체적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B 씨가 A 씨의 경륜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일시적으로 그만두고 퇴직금을 받은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범행의 내용과 수법, 경위,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에 비춰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피고인은 수사 과정에서 범행 내용을 축소하고 범행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정에서도 범행 원인을 '가정사 문제에 따른 오해', '자녀에 대한 훈육 과정에서 발생한 우발적 폭행' 등으로 돌리고 있어 진지하게 반성하는지 상당한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다만 "피해자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고, 피고인의 딸도 선처를 탄원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wise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