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얼빠진 경찰…음주사건 잊고 있다가 공소시효 지나 불송치

'미처벌 종결 위기' 수사기록 분실 사건 잇달아
"담당자들 실수…진상조사 확인 후 징계 고려"

경남경찰청 전경. ⓒ 뉴스1 윤일지 기자

(창원=뉴스1) 강정태 기자 = 경찰이 음주운전 사건 수사기록을 분실해 잊고 있다가 뒤늦게 기록을 찾았지만, 공소시효가 만료돼 불송치한 황당한 사례가 확인됐다.

이 사건은 지난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대검찰청 요청으로 보완수사요구 장기 미회신 사건을 전수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는데, 수사기록 분실로 처벌되지 않고 종결되거나 종결 위기에 처한 사건들이 다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진주경찰서는 약 5년 6개월 전 발생한 무면허 음주운전 사건을 지난달 29일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당시 40대 피의자 A 씨는 운전면허 없이 면허정지 수준의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가 적발됐음에도 경찰의 불송치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게 됐다.

진상조사에 나선 경남경찰청은 이 사건 담당 경찰관이 사건 수사기록을 분실해 사건을 잊고 있다가 최근 발견했으나 이미 A 씨의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 공소시효(5년)가 지나 불송치된 것으로 파악한다.

당시 담당 경찰관은 A 씨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뒤 수사기록을 분실해 사건도 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진주건 외에도 남해경찰서에서 2019년부터 수사하던 채권추심법 위반 혐의 사건도 뒤늦게 수사기록을 분실한 사실이 확인됐지만, 공소시효(5년)가 지나 이달 중순 불송치 종결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도 경찰에서 기소 의견으로 송치까지 이뤄졌지만 검찰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뒤 수사기록을 분실하면서 아무도 처벌받지 않게 됐다.

이뿐만 아니라 경남에서 경찰이 수사기록을 분실했으나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아 재수사가 진행될 예정인 사건도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해중부경찰서에서는 2022년 9월 민생침해범죄인 전세보증금 편취(사기미수) 혐의 사건을 송치했다가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뒤 사건 수사기록을 분실했으며, 창원서부경찰서에서는 2021년 3월 송치했다가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필로폰 투약 및 소지 혐의(마약법 위반상 향정) 사건 수사기록을 분실했다.

심지어 경남경찰청에서도 2021년 3월 송치 후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보이스피싱 계좌 제공 혐의(사기 방조) 사건 수사기록을 분실했다가 최근 이를 인지하고 전자문서 출력물로 일부 복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서는 수사기록이 분실된 사건은 발생한 지 수년이 지나 증거가 오염될 가능성이 있어 재수사 후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공소 유지의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피의자나 피해자 재조사 등에서 기억이 왜곡되거나, 중요 증거물이 없는 상황에서 피의자가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는 경우 유죄로 인정받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경남경찰청은 수사기록을 분실한 경찰관들을 상대로 고의성 여부 등 진상조사를 벌인 뒤 필요한 경우 감찰도 진행할 예정이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기록분실도 그렇지만 공소시효가 끝나 처벌받지 못한 건 과실이 크다"며 "진상 확인 후에 징계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2021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보완수사 요구 등이 시작될 무렵이었는데 시스템이 불안정해 오프라인으로 사건이 오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진상을 확인해 봐야겠지만 새로운 제도 시행으로 사건관리가 어려운 데다 담당자 실수가 겹쳐 이런 일들이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jz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