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야하죠"…거제 임시 대피소 마지막 날 막막한 이재민들
매몰 아파트 주민 포함 302세대, 596명 미귀가 상태
대피소 떠나 숙박 시설·친인척 집 머물러
- 강미영 기자
(거제=뉴스1) 강미영 기자 = 23일 경남 거제시 옥포종합사회복지관에 마련된 이재민 임시대피소.
광복절 연휴 집중호우로 집을 떠난 주민들이 머물던 이곳은 이날 운영을 끝낸다. 하지만 대피소 문이 닫힌다고 이재민들의 대피생활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날까지 대피소에는 2세대 10명이 남아 있었다.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당장 어디에서 생활해야 할지 정하지 못한 주민들이었다.
집중호우 당시 사상자가 발생한 옥포동 한 아파트에 사는 40대 A 씨 부부도 초등학교 3학년 자녀와 함께 마지막까지 대피소를 지켰다.
A 씨 가족에게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니다. 신혼 시절부터 살아온 집이자 오랜 세월 얼굴을 맞대고 살아온 이웃들이 있는 삶의 터전이다.
쉽게 떠날 수 없었던 집인 만큼 갑작스럽게 쫓기듯 나온 뒤의 생활도 쉽지 않았다.
문제는 앞으로다. 정부 재해구호계획 수립지침에 따라 재해 발생 초기에는 최대 7일까지 집단 임시대피소를 이용할 수 있다. 이후에는 독립된 공간이 보장되는 숙박시설 등으로 거처를 옮겨야 한다.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이재민에게는 재난 해제 전까지 가구당 1박 7만 원 이내에서 숙박비가 지원된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숙소에서 생활하면서 직장 출퇴근과 자녀 등교까지 이어가는 것은 이재민들에게 또 다른 부담이다.
A 씨는 "주거가 불안정해지니 정말 힘들고 지친다. 이제는 흙냄새만 맡아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며 "사고 이후 친척 집과 옥포초, 복지관을 계속 옮겨 다니다 보니 처음에는 내색하지 않던 아이도 점점 불안해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집이 안전한지 확인한 뒤 돌아가고 싶은데 공무원들에게 제대로 된 안내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피해 진행 상황조차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사고 아파트 주민들의 걱정은 임시거처 문제만이 아니다.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동은 최소 2개월간 정밀안전진단이 진행될 예정이어서 당장 귀가가 어렵다.
여기에 이번 사고가 산사태가 아닌 아파트 사유지 내 '법면 유실'로 잠정 판단되면서 복구 비용의 상당 부분을 주민들이 부담해야 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A 씨는 "이곳에는 신혼부부나 고령층 등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지 않은 주민들이 많다"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데 복구 비용까지 주민들이 부담해야 할 수 있다고 하니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이재민도 임시거처 마련 과정에서 지자체가 한층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지침상 어쩔 수 없다고만 할 게 아니라 천재지변으로 집을 떠난 주민들이 한곳에서 머물 수 있는 고정된 대피 공간 정도는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재민들은 24일부터 긴급 주민대피 명령이 해제될 때까지 개별 숙박시설이나 친·인척 집 등에서 생활해야 한다.
22일 기준 거제에서는 302세대 596명이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사고 아파트의 경우 53세대 119명이 정밀안전진단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장기간 귀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임시대피소 운영은 이날로 끝나지만, 집으로 돌아갈 날을 기약하지 못한 주민들의 대피생활은 이제 또 다른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myk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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