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 뚫고 복구 구슬땀…거제 주민들 "냄새는 언제 빠질지"

"멀쩡한 게 하나도 없어"…도로변엔 침수 가재도구 산더미
34도 더위 속 적십자 급식·가전 수리 등 지원 손길도 이어져

22일 오후 거제시 둔덕면 하둔리에서 복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2026.8.22 ⓒ 뉴스1 박민석 기자

(거제=뉴스1) 박민석 기자

"집 안까지 물이 들어차서 엉망진창이에요. 멀쩡한 게 하나도 없어요."

22일 오후 경남 거제시 둔덕면 하둔리에서 만난 곽쌍수 씨(76·여)는 침수된 집을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7일 기록적인 폭우가 휩쓸고 간 지 닷새가 지났지만, 마을 곳곳에는 당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도로는 흙과 토사로 누렇게 뒤덮였고 골목 곳곳에는 물에 젖은 장판과 가구, 가전제품 등 집 안에서 꺼낸 생활 집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굴착기와 덤프트럭은 쉴 새 없이 마을을 오가며 토사와 폐기물을 걷어냈다. 일부 골목은 도로가 갈라지고 내려앉아 있었다.

주말에도 주민들은 집 안에 남은 진흙을 걷어내고 침수된 집기를 밖으로 옮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복구 작업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폭염이었다.

이날 거제에는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둔덕면의 낮 최고기온은 34도까지 올랐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면서 마을에 들어선 지 수 분 만에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곽 씨도 이날 오전 4시부터 외지에 사는 자녀들과 함께 집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는 "외지로 나간 자식들이 와서 함께 치우고 있다"며 "발도 아프고 너무 힘들어서 나는 잠시 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온 동네가 침수되고 집도 잠기면서 멀쩡한 것이 없다"며 "장판과 벽지도 다 뜯어내고 있는데 비가 그친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집 안에서 냄새가 너무 심하게 난다. 언제 없어질지도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극한 폭우가 할퀸 거제시 둔덕면 하둔리의 마을도로에 폐기물이 쌓여 있다. 2026.8.22 ⓒ 뉴스1 박민석 기자

곽 씨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도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박혜정 씨(45·여)는 이날 새벽부터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집 안에 남은 침수 흔적을 지우고 있었다. 박 씨의 집에는 지난 폭우 당시 가슴 높이까지 물이 차올랐다. 집 안으로 흙탕물이 밀려들면서 가전제품과 생활 집기 대부분이 물에 잠겼다.

박 씨는 "집 안까지 물이 들어오면서 가전제품부터 옷가지까지 침수되지 않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씨에게 당시 가장 다급했던 것은 집이나 생활 집기가 아니었다. 지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가 산소호흡기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 씨는 "비가 너무 심하게 와서 119에 신고했다"며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119구급대원 분들이 오전 6시 30분쯤 도착했는데 물난리에 산사태까지 나면서 평소 30분이면 가는 병원에 오전 11시가 돼서야 도착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조금만 더 늦었으면 산소호흡기 배터리가 다 돼 어머니가 위험했을 수도 있다고 들었다"며 "그때 와주신 119 구급대원 분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말했다.

침수 피해를 본 거제시 둔덕면 하둔리의 한 주택 내부 모습. 2026.8.22 ⓒ 뉴스1 박민석 기자

주민들이 폭염 속에서 복구 작업을 이어가는 동안 마을 곳곳에서는 도움의 손길도 이어졌다.

대한적십자사는 둔덕면사무소에 무료 급식소를 마련해 수해 주민과 복구를 돕는 자원봉사자에게 음식을 제공했다.

침수된 가전제품을 수리하기 위한 지원도 이뤄졌다. 이선곤 삼성전자 재해복구 특별서비스팀 둔덕면 서비스 포스트장은 "지난 19일부터 지원에 나섰는데 지금까지 접수된 것만 170건 정도"라며 "회사 제품이 아니더라도 침수된 가전을 살펴보고 현장에서 가능한 것은 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냉장고나 세탁기처럼 옮기기 힘든 가전제품도 많이 침수됐다"며 "집마다 찾아다니면서 수리가 가능한지 살피며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pms710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