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소녀상 지킴이' 정명희 구청장, 건립 10주년 맞아 새로운 다짐

'부산소녀상 조례' 제정 앞장…'소녀상 이야기' 출판
"과거를 올바로 기억할 때 더 인간다운 미래 만들 수 있어"

정명희 부산 북구청장이 지난 14일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을 방문해 부산소녀상을 살펴보고 있다.(정명희 구청장 측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부산=뉴스1) 이주현 기자 = 정명희 부산 북구청장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자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 부산소녀상(평화의 소녀상)을 찾았다. 부산소녀상 건립과 보호에 앞장서며 10년 가까이 인연을 이어온 정 구청장은 피해자들을 추모하고 역사를 기억하겠다는 뜻을 되새겼다.

이날 일본영사관 앞에서는 별도의 공식 행사가 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 구청장은 소녀상을 찾아 한동안 고개를 숙여 묵념했다. 이어 소녀상 앞에 무릎을 굽혀 앉아 두 손을 잡고 얼굴에 묻은 먼지를 닦았다.

8월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다.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 공개 증언한 날을 기리기 위해 지정된 국가기념일이다. 정 구청장이 이날 부산소녀상을 찾은 데에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올해는 부산소녀상이 건립된 지 10주년을 맞는 해다. 부산소녀상은 2016년 12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성금으로 일본영사관 앞에 세워졌다. 이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억하는 공간이자 역사와 인권, 평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건립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설치 직후 관할 지자체에 의해 한 차례 철거되는 등 논란과 갈등이 이어졌고, 일본영사관 앞이 아닌 다른 장소로 이전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당시 부산시의원이었던 정 구청장은 소녀상을 제도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부산시의원이었던 그는 이른바 '부산소녀상 조례' 제정을 추진했고, 2017년 6월 30일 관련 조례가 부산시의회를 통과하면서 부산소녀상을 비롯한 일제하 피해자 관련 조형물을 보호·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마련됐다.

정 구청장은 이처럼 부산소녀상 보호에 앞장선 활동으로 '부산소녀상 지킴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듬해인 2018년에는 부산소녀상과 자신의 인연을 담은 '소녀상 이야기'를 펴내고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책에는 부산소녀상이 세워지기까지의 과정과 의미 등을 담아 시민들과 역사적 기억의 중요성을 공유하고자 했다.

시의원 시절 부산소녀상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책을 통해 그 의미를 알려온 정 구청장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된 뒤에도 피해자들의 아픔과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다시 소녀상을 찾았다. 특히 부산소녀상 건립 10주년을 맞은 올해 기림의 날에 이뤄진 방문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정 구청장은 "부산소녀상은 지난 10년 동안 부산 시민, 나아가 우리 국민의 자존심이 됐다"며 "역사의 기억은 시간이 흐른다고 흐려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를 올바로 기억할 때 더 평화롭고 인간다운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2wee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