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버린 논바닥, 벼 절반은 죽어…산청 농민 망연자실 "태풍이라도"

급수차 6000L 용수 쏟아부어도 다시 말라…"밭농사 이젠 안돼"
산불·수해 이어 가뭄까지 "비 안오면 올해도 농사 망칠 판"

산청소방서가 13일 급수차로 산청읍 묵곡리 일원의 논에 용수를 지원하고 있다. 2026.8.13/뉴스1 한송학기자

(산청=뉴스1) 한송학 기자 = 지난해 대형 산불과 수해에 이어 올해는 가뭄까지 덮친 경남 산청군 농업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극한 가뭄으로 국가소방동원령까지 발령해 농업용수를 지원하지만 이미 말라버린 농작물의 올해 정상적인 수확은 힘든 상황이라고 지역민들은 탄식을 쏟아내고 있다.

1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산청소방서는 전날부터 자체 급수차를 동원해 가뭄이 극심한 농업 현장에 급수를 지원하고 있다.

산청소방서는 군에서 농업용수 요청이 있으면 현장으로 출동해 급수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급수차 3대를 운영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께 산청읍 묵곡리 일원의 논에서는 6000리터 용량의 급수차가 출동해 농업용수를 지원했다.

이 일대는 인근에 하천을 끼고 있지만 하천물도 거의 말라버려 더는 양수기로 물을 퍼 올려 논 ·밭에 물을 대기 힘든 상황이다.

하천에는 임시로 둑을 쌓아 물을 가둬 용수로 활용하고 있었지만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고, 둑 아래 하천에는 물이 거의 고갈됐다.

하천 주변 논에는 누렇게 변한 벼들은 고사 직전의 상황이며 논바닥은 갈라지고 메말라 흙밭으로 변했다.

급수차가 달려와 6000리터의 물을 5분 정도 논에 쏟아부었지만 잠시 물을 가두었던 논은 다시 바닥을 드러냈다.

아버지의 논에 물을 대는 현장을 지켜본 현 모 씨(20대)는 "누렇게 변해 말라버린 절반 정도의 벼는 이미 죽었다"며 "비 예보가 있었는데 오지 않는다. 앞으로의 상황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청은 지난해 산불과 수해로 농작물이 큰 피해를 입었고 올해도 유례없는 가뭄이 덮치면서 농작물의 정상적인 수확이 어렵게 됐다.

지난해 수해로 산청군의 농작물 피해는 1300㏊, 농경지 유실·매몰은 100㏊ 정도다. 산불로는 농·산림 작물 399㏊ 정도가 피해 본 것으로 파악된다.

산청군 산청읍 묵곡리의 한 하천이 오랜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2026.8.13/뉴스1 한송학기자

산청읍 신기마을은 지난해 수해로 농작물이 다 쓸려갔고 올해도 가뭄 피해가 심각해 피해 체감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록 신기마을 이장은 "벼농사는 강물을 끌어올려 버티고는 있지만 밭작물은 이제 안 된다"며 "작년에는 물난리로 논·밭이 모두 쓸려갔고 올해는 가뭄으로 농사를 망쳤다"고 하소연했다.

이 이장은 또 "온다는 비도 안 오고 걱정"이라며 "얼마나 심각하면 그런 물난리를 겪고도 태풍이라도 왔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산청읍 묵곡마을 현 모 씨도 "작년에는 홍수로 논이 쓸려가 추수를 못했다"며 "올해도 이미 죽은 벼들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걱정했다.

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