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구치소 동료 재소자 폭행 사망' 20대 3명 징역 9년
재판부 "살인 고의 인정 어려워…상해치사 유죄"
- 박서현 기자
(부산=뉴스1) 박서현 기자 = 부산구치소에서 동료 재소자를 한 달 가까이 상습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재소자 3명이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나원식 부장판사)는 13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재소자 A 씨(20대·남), B 씨(20대·남), C 씨(20대·남)에게 각각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살인 혐의 대신 상해치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A 씨와 B 씨, C 씨는 지난해 8월 중순부터 9월 7일까지 같은 수용실에서 생활하던 동료 재소자 D 씨(20대·남)를 상습적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지난해 9월 7일 오후 D 씨가 지속적인 폭행으로 쇠약해진 상태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바지와 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몸을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약 20분 동안 복부 등을 집중적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5월 열린 증인신문에서는 사건을 목격한 동료 재소자 E 씨가 "피고인들이 D 씨를 마치 샌드백처럼 세워 놓고 하이킥을 하거나 복부와 울대, 머리를 여러 차례 가격했다"고 진술했다.
또 격투기 기술인 '백초크'를 사용하거나 부채 손잡이와 책상 등으로 폭행했고, 고통을 호소하지 않는 D 씨를 두고 "인간 병기"라고 조롱했다고 증언했다.
E 씨는 D 씨가 숨지기 전 몸에 열이 난다며 의무실에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피고인들이 이를 막고 폭행을 이어갔으며, 사망 당일에도 폭행 사실을 숨기기 위해 비상벨을 누르지 않고 말을 맞추려 했다고 진술했다.
피고인들은 재판 과정에서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는 취지로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재판부도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들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생활 태도에 대한 불만으로 폭행했고 피해자를 살해할 정도의 적대적 감정을 나타낸 적도 없다"며 "범행 과정에서도 기존 폭행이나 상해의 고의를 넘어 살인의 고의로 전환됐다고 볼 만한 특별한 정황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용인하거나 감수하면서 폭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범행 직후 피해자가 의식을 잃자, 심폐소생술을 하거나 팔다리를 주무르는 등 회복을 위한 조처를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범행 직후 폭행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말을 맞춘 정황에 대해서도 "범행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는 사정일 뿐 범행 당시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근거는 아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건장한 성인 남성 3명이 왜소한 체격의 피해자를 상당 시간 반복해서 폭행한 만큼 사망 가능성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법질서가 더욱 엄격히 유지돼야 할 구치소에서 피해자를 지속해서 폭행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피해자의 태도나 언행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는데도 위생 문제 등을 이유로 지속해서 폭행하고, 특별한 이유 없이 격투기 연습 명목으로 백초크를 해 기절시키거나 때리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범행의 죄질이 매우 좋지 않고 범행 방법도 잔혹하며 결과가 중대하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피고인들에게 각각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wise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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