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 사서 20개는 재고인 척"…빼돌린 비만약 불법판매 일당 검거
스테로이드·비만약 등 3억6000만 원어치 3003회 판매
국내 총책 등 2명 구속…사무실서 5억 원 상당 압수
- 박서현 기자
(부산=뉴스1) 박서현 기자 = 의약품 도매업체의 재고 관리 허점을 이용해 스테로이드와 비만 치료제 등 전문의약품을 빼돌려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문의약품 100개를 매입해 80개를 판매했다면 나머지 20개는 재고로 보관하는 것처럼 처리하는 수법이었다. 이렇게 장부상으로만 남은 약은 총책에게 넘어가 온라인에서 정상 유통가격보다 5~10배 비싸게 팔렸다.
부산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12명을 검거하고 국내 총책 A 씨(30대·남)와 판매·발송책 B 씨(30대·남)를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들은 2024년 8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국내 의약품 도매 유통 과정에서 빼돌리거나 해외에서 밀수한 전문의약품 3억6000만 원어치를 온라인에서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확인한 판매 횟수는 3003회, 구매자는 약 300명이다.
이들은 총책과 공급책, 판매책, 발송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공급책 3명은 서울과 경기 화성시 등에 있는 전문의약품 도매업체 관계자였다.
이들은 전문의약품을 매입한 뒤 일부를 재고로 보관하는 것처럼 처리하고 실제 물량은 총책에게 넘겼다. 전문의약품 100개를 매입해 80개를 판매한 경우 나머지 20개를 재고로 보유한 것처럼 꾸미는 방식이었다.
A 씨는 이러한 도매 유통 구조와 재고 관리의 허점을 알고 도매업자들과 공모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 공급책은 태국 등지에서 이른바 '보따리상' 방식으로 전문의약품을 국내에 들여왔다.
이들이 확보한 의약품은 스테로이드제와 비만 관련 전문의약품, 비아그라 등이었다.
전문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구입할 수 있지만, 일당은 처방 없이 약을 구하려는 구매자를 상대로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를 이어갔다.
판매가격은 정상 유통가격보다 5~10배 비쌌다. 구매자 가운데 일부는 운동 효과를 높이기 위해 스테로이드 등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의 사무실 등에서 판매 물량과 별도로 5억 원 상당의 전문의약품을 압수했다. 라면 상자 약 70개에 이르는 분량이다.
현금 1433만 원과 휴대전화, 컴퓨터 등도 확보했다. 피의자 소유 부동산 등 3500만 원 상당의 재산에 대해서는 법원으로부터 기소 전 추징보전 결정을 받았다.
경찰은 범행에 가담한 의약품 도매업자들의 위반 사실을 관할 행정기관에 통보하고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을 요청할 예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는 전문의약품 매입·재고 관리에 대한 점검 강화를, 관세청에는 여행자 휴대품 검사를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도매업체의 재고 관리 과정에서 전문의약품이 불법 유통되는 경로를 확인했다"며 "관계기관과 협의해 전문의약품 유통 관리를 강화하고 관련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wise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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