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에 이런 가뭄은 처음…태풍이라도 왔으면" 밀양 농민 '한숨'

밀양 저수지 평균 저수율 평년의 34.5%…곳곳 제한급수

11일 밀양시 초동면 봉황리의 서정찬 와지마을 이장이 메말라 가는 논을 바라보고 있다. 2026.8.11 ⓒ 뉴스1 박민석 기자

(밀양=뉴스1) 박민석 기자 = "50년을 농사만 지었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에요."

11일 찾은 경남 밀양시 초동면 봉황리 와지마을.

마을 이장 서정찬 씨(69)는 메말라 가는 논을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멀리서 바라본 논은 푸른빛을 띠고 있었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상황은 달랐다. 벼 포기 사이에는 물기가 사라졌고 바싹 마른 논바닥은 곳곳이 쩍쩍 갈라져 있었다.

논에 물을 공급하는 인근 와지저수지도 바닥을 드러냈다. 물은 저수지 한가운데에만 남아 있었고 물이 빠진 자리에는 메마른 흙과 자갈이 넓게 드러나 있었다.

이날 와지저수지의 저수율은 4.6%로 평년(65.0%)의 7.0%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달 24일 27.9%였던 저수율은 18일 만에 23.3%포인트 떨어졌다.

경남 밀양에 폭염·가뭄이 장기화되고 있는 11일 밀양시 초동면 봉황리 와지저수지 바닥이 메마른 채 갈라져 있다. 2026.8.11 ⓒ 뉴스1 윤일지 기자

서 씨는 "태풍 '찬홈'이 가까이 오면 비가 조금이라도 오지 않을까 싶어 수시로 일기예보만 들여다보고 있다"며 "저수지에 물도 없어 보름째 논에 물을 대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저수지에서 멀리 떨어진 논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와지저수지에서 약 2㎞ 떨어진 황대앞들의 논바닥은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있었다. 벼 포기 사이에는 물기가 거의 없었고 일부 벼는 잎끝부터 누렇게 말라가고 있었다.

이곳에서 벼농사를 짓는 박해열 씨(76)는 "물을 제대로 못 댄 지 한 달이 다 돼간다"며 "지금 노랗게 타버린 벼는 수확도 못 한다. 저수지에서 멀수록 물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논 태반이 이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8월은 벼가 이삭을 내는 출수기가 시작돼 물 공급이 중요한 시기다. 이때 물이 부족하면 벼 생육과 이삭 형성에 차질이 생겨 수확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박 씨는 "지난 6월에 10㎜ 정도 비가 내린 뒤로는 근방에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다"며 "태풍이라도 와서 한 번 크게 뿌려주면 좋겠는데 이대로라면 올해 농사는 끝나게 생겼다"고 말했다.

밀양시 초동면 봉황리 황대앞들의 박해열 씨 논이 메말라 갈라져 있다. 2026.8.11 ⓒ 뉴스1 박민석 기자

현재 농업가뭄 '심각' 단계가 내려진 밀양은 지역 곳곳에서 농업용수 부족을 겪고 있다.

이날 지역 내 저수지 40곳의 평균 저수율은 25.4%로 평년(73.5%)의 34.5% 수준에 머물고 있다.

농업용수 부족이 심해지면서 대부분 지역에서는 제한 급수가 이뤄지고 있다. 저수량과 지역별 용수 여건에 따라 격일 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상황이다.

밀양·창녕·양산에 농업·생활용수를 공급하는 밀양댐도 지난 2일 가뭄 '경계' 단계로 격상된 이후 농업용수 공급량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있다.

지난 10일부터는 하루 농업용수 공급량을 1000톤까지 줄였다. 가뭄 '경계' 단계 이전 하루 8만8000톤의 1.1% 수준이다.

농업용수 공급이 급감하면서 밀양에는 산림청이 지원한 산불 진화 차량 22대와 살수차 등이 투입돼 농경지에 직접 물을 공급하고 있다.

가뭄 여파는 주민들의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수도가 보급되지 않은 밀양지역 9개 마을에서는 생활용수 제한 급수가 시행되고 있다.

가뭄으로 계곡물이 줄어든 데다 농업용수 부족으로 일부 생활용수까지 농업용으로 사용하면서 물 부족이 심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마을에서는 물 사용량이 적은 새벽이나 야간 시간대 급수를 제한해 필요한 용수를 비축하고 있다.

경남 밀양에 폭염·가뭄이 장기화되고 있는 11일 밀양시 초동면 봉황리 와지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낸 채 말라 있다. 2026.8.11 ⓒ 뉴스1 윤일지 기자

지역 주민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비는 오는 13일부터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부산지방기상청은 오는 13일부터 14일까지 부산과 울산, 경남 남해안과 가뭄이 극심한 경남 동부 내륙에 10~4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하지만 이번 비만으로 가뭄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기상청은 현재 가뭄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100~200㎜가량의 비가 더 내려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9월까지 강수량도 평년보다 대체로 적을 것으로 전망돼 가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태평양의 높은 해수면 온도로 우리나라 부근에 고기압성 순환이 강화되면서 기온 변동성이 크고, 9월까지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을 가능성이 있다"며 "10월부터는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남동쪽에 고기압성 순환이 발달하면서 강수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pms710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