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어는 귀해지고 손님은 끊기고…자갈치시장 상인의 속은 타들어가고
폭염에 소비 위축…관광객들 카페·패스트푸드점만 '북적'
전어 물량 감소에 원가 상승…"매출보다 생존 걱정"
- 박서현 기자
(부산=뉴스1) 박서현 기자
"원래 이 시간이면 몰려드는 손님으로 정신없이 바빠야 하는데 다들 앉아 놀고 있잖아요."
6일 낮 12시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 기온은 33.2도를 가르키고 있었다. 기록적인 폭염 속 시장 안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생선을 고르거나 식당에 들어가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상인들은 간단한 영어와 중국어로 손님을 불러 세웠지만 관광객 대부분은 사진만 찍거나 시장을 둘러본 뒤 황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점심시간이면 손님들로 북적여야 할 시장은 한산했다. 생선을 진열한 상인들은 빈 의자에 앉아 있었고, 일부는 손님 대신 날아든 파리가 성가신듯 연신 손사래를 쳤다.
자갈치시장에서 해산물을 파는 최 모 씨(60대·여)는 "요즘은 너무 더워서 사람들이 시장에 나오질 않는다"며 "외국인 방문객들은 많이 방문하지만 대부분 구경만 하고 가는 경우가 많고,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산 해산물도 귀해졌다"며 "낙지나 개불도 비싸고 지금은 낙지가 나와야 할 시기인데 더위 때문에 바닥으로 내려가 잡히질 않는다"고 했다.
양식 수산물을 판매하는 상인 A 씨도 "날씨가 너무 더우니 사람들이 생선을 사러 나오지 않는다"며 "작년 여름보다 매출이 훨씬 줄었고 올해는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대표적인 여름 제철 수산물인 전어도 올해는 시들하다. 상인들의 얼굴에는 '제철 특수' 대신 한숨이 먼저 번졌다.
생선을 판매하는 상인 B 씨(50대·여)는 "전어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물량이 많지 않아 원가가 계속 오른다"며 "작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자갈치시장과 맞닿은 신동아시장과 자갈치아지매 시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야외 좌판에서는 상인들이 생선 밑에 얼음을 계속 보충하며 상품을 관리하고 있었다. 자갈치아지매 시장의 한 상인은 "얼음은 공급되지만,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더우니까 예전보다 얼음을 더 많이 써야 한다"고 말했다.
폭염에도 시장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적지는 않았다. 하지만 구매로 연결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상인들은 "동남아 관광객은 킹크랩이나 대게를 먹는 경우가 있지만 유럽 관광객은 대부분 구경만 하고 간다"고 입을 모았다.
소비자들도 선뜻 지갑을 열지 못했다.
부산 서구에 사는 오 모 씨(40대·여)는 "생선을 먹고 싶어도 가격이 부담스럽고, 이렇게 더운 날 야외에 진열된 생선은 신선도가 걱정돼 구매를 망설이게 된다"고 말했다.
전주에서 여행을 왔다는 문 모 씨(50대·남)는 자갈치시장을 둘러본 뒤 인근 카페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그는 "자갈치시장이 유명해서 들렀는데 가격이 부담스럽고 날도 너무 더워 오래 돌아다니기 어려웠다"고 멋쩍어했다.
실제 시장 인근 카페와 패스트푸드점에는 더위를 피해 들어온 관광객들로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지만, 시장 안에서 수산물을 구매하는 모습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폭염은 수산물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남지방데이터청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달보다 2.6% 상승했다. 갈치는 19.0%, 조기는 13.3% 올라 수산물 가격 부담이 이어졌고, 상인들은 자연산 전어 등 일부 어종은 물량 부족으로 원가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올여름 우리 바다 수온이 평년보다 1도 이상 높을 것으로 전망했으며, 해양수산부는 고수온 대응을 위해 비상 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부산 해역은 아직 여름철 평균 수준의 수온을 유지하고 있지만 인근 경남 남해안과 경북 동해안에는 고수온 특보와 함께 양식 어류 폐사 피해가 발생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최 씨는 "지금은 점심시간에도 사람이 없다"며 "자갈치시장이 다시 예전처럼 활기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wise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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