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은 800만 시민의 터전…항만공사 통합 중단, 자치권 강화해야"
부산경실련 "항만공사 통합, 세계적 흐름에 역행" 비판
"지난해 400억 넘는 흑자에도 지역 재투자는 전무"
- 홍윤 기자
(부산=뉴스1) 홍윤 기자 = 정부가 공공기관 통폐합 과정에서 전국 4대 항만공사(부산·울산·인천·여수광양)를 통합한 (가칭)한국항만공사 설립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데 대해 지역 시민단체가 재차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부산경실련)은 30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항만은 그 항만이 들어선 도시의 것"이라며 "지분도 발언권도 없이 국가에 종속된 항만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부산경실련은 "2018년 기준 부산항에서 발생한 생산유발효과가 24조 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11조 원, 취업유발효과는 11만 명을 넘어선다"며 "부산항은 800만 부·울·경 시민이 대를 이어 살아온 삶의 터전으로 한낱 국가소유의 시설물이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들은 "부산항은 컨테이너 환적, 광양항은 배후산업 연계 종합물류, 인천항은 대중국 교역, 울산항은 에너지·물류 등 취급하는 화물의 종류, 운영방식, 배후 경제권이 모두 다르다"며 "다른 항만을 하나로 묶는 것은 세계적 분권 흐름에 역행하는 퇴보"라고 말했다.
실제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은 로테르담시가 70%·중앙 정부가 30%의 지분을 나눠 갖고 미국의 LA항과 롱비치항은 각각 해당 시(市) 소속의 항만부서로 운영되고 있다. 또 미국 뉴욕·뉴저지항과 상하이항은 해당 지방정부가 지분과 관리권을 쥐고 있는 등 주요 항만의 관리권은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국영에서 민·공영 혹은 민영으로 꾸준히 전환됐다.
이에 비해 부산항만공사(BPA)는 부산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도 지방정부가 사실상 자치권을 행사할 수도 없고 지분 참여도 불가능하며 부산항의 최고 의결기구인 항만위원회를 꾸릴 때도 7명의 위원 가운데 부산시 몫은 2명, 경남도 몫은 1명에 불과해 구조적으로 지역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의 이번 항만공사 통합 논의는 세계적 분권 흐름에 역행하는 퇴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지금도 부산항만공사가 수백억 원 대의 흑자를 내면서도 중앙정부의 통제로 인해 지역 재투자로 이어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부산경실련은 "BPA는 지난해 매출 4049억 원에 당기순이익 439억 원, 순이익률 10.8%로 국내 항만공사 가운데 최상위권의 경영성과를 거두었다"며 "그럼에도 상당 부분은 정부 배당금이라는 이름으로 국고에 환수될 뿐 지역 재투자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뒤이어 이들은 "싱가포르의 PSA와 두바이의 DP월드는 자국을 넘어 세계 각지의 항만에 자유롭게 투자하고 배당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반면 BPA는 출자·출연 단계마다 해양수산부 장관의 승인과 재정경제부 사전협의를 거쳐야 해 신속한 전략을 펼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단체는 "이런 상황에서 개별 항만공사를 하나로 통합한다는 것은 지역 항만의 손발을 더욱 단단히 묶어 '돈만 빨려 나가는' 구조를 전국으로 더욱 고착시키는 일"이라며 △한국항만공사 설립 추진 중단 △독립성 보장 및 지역재투자 강화 △부산시·경남도 지분참여 보장 및 항만위원 비율 확대 △주식회사형 공기업 전환 및 항만공사 운영협의회 운영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한편 부산경실련에 앞서 부산, 울산, 인천, 여수, 광양 등 국내 대표 4대 항만 소재 도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18개 지역 시민단체들은 국회에서 항만공사 통합 추진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각 항만공사 노조도 공동성명 발표 및 피켓시위를 벌이는 등 통합에 반발하고 있다.
red-yun8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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