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대 전세사기·사기대출' 전 부산시 고위공직자 징역 10년
- 박서현 기자

(부산=뉴스1) 박서현 기자 = 무자본 갭투자로 오피스텔 수백 세대를 사들인 뒤 임차인들의 전세보증금과 금융기관 대출금 등 110억 원대를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부산시 산하기관 고위공직자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임성철 부장판사)는 24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과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70대·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또 배상 신청인 12명에게 총 9억 725만 원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A 씨는 2018년 3월부터 2024년 9월까지 오피스텔 건물 임대업을 하며 임대차 보증금을 돌려줄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도 부산지역 오피스텔 임차인들에게서 보증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이 범행으로 인한 피해자는 86명, 피해금은 76억 원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임대차 보증금 액수를 실제보다 줄여 작성한 임대차계약서를 금융기관에 제출해 2021년 11월 한 금융기관으로부터 건물 담보대출금 47억 8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자신과 배우자, 아들, 운영 회사 명의로 2016년 8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약 358억 원 상당의 건물을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실제 지급한 매매대금은 24억여 원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기존 담보대출과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무를 승계하는 방식으로 충당했다.
A 씨는 이 같은 갭투자 방식으로 약 300세대 규모의 오피스텔 등을 취득한 뒤 신규 임차인의 보증금으로 기존 임차인의 보증금을 반환하는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으로 임대사업을 운영했다.
재판부는 갭투자로 주택을 대거 취득하면 임대수익은 거의 없는 반면 취득세와 중개수수료, 세금, 건물 관리비 등 비용은 계속 발생하고 매년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보증금을 반환해야 해 일반적인 임대차보다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커진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별도의 수익구조를 마련하지 않았고 부동산 시장 침체로 건물 가격이 하락할 경우에도 대비하지 않았다”며 “임차인들이 이러한 위험을 알았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같은 조건으로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보증금 반환 위험을 알리지 않은 채 반환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만 말하며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며 "2021년 11월 26일 이전에 계약한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보증금을 편취할 의사가 있었고 반환할 능력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전세사기는 임차인들의 주거생활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임대차 거래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범죄"라며 "피해 보증금은 피해자들에게 거의 전 재산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쉽게 큰돈을 벌겠다는 피고인의 욕심으로 많은 피해자가 큰 피해를 보았고, 추가 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임대차계약서를 위조해 행사하기도 해 죄책이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 A 씨가 타인 명의 건물과 관련해 체결한 임대차 계약에 대한 보증금 편취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를 실소유주나 임대인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선고 뒤 전세 사기 피해자 대표 윤 모 씨는 "이번 재판에 반영된 피해는 접수된 사건 일부에 불과하고 검찰에서 수사 중인 사건까지 합치면 형이 더 무거웠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피고인 측은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하지만, 지금까지 공탁이나 실질적인 변제가 이뤄진 것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타인 명의 건물 관련 피해가 이번 판결에서 상당 부분 빠진 만큼 관련 부분에 대한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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