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억 자산가 청산염 사망 1심 무죄에…검찰 보완수사 요구
'사람 죽이는 약 검색' 살인 혐의 기소 예비며느리 1심서 무죄
1심 "직접 증거 없다" 3자 범행 가능성도…檢 "진실 규명 최선"
- 강정태 기자
(창원=뉴스1) 강정태 기자 = 예비 시어머니를 청산염을 이용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여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른바 '800억 자산가 청산염 사망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부산고검 창원지부(검사 서현욱)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A 씨(30대·여)의 살인 혐의 사건을 수사해 송치한 진주경찰서에 최근 2차례에 걸쳐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고 20일 밝혔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지난 2020년 3월 28일 오후 통영대전고속도로 서진주IC 부근에서 60대 여성 B 씨가 몰던 벤츠 승용차가 갓길 방호벽을 긁으며 달리다 대각선으로 주행해 중앙분리대를 충돌한 뒤 다시 갓길 방호벽을 들이받고 멈춰 섰다.
B 씨는 뒤따르던 다른 차 운전자에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부검 결과 맹독성 물질인 '청산염(청산가리)' 중독에 의한 사망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B 씨의 사망 원인에서 범죄혐의점이 발견되자 살인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주변인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일찍 사망한 남편의 사업을 이어받아 800억 대 자산을 형성한 B 씨는 당시 경기 용인과 진주를 오가며 부동산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경찰은 B 씨가 진주로 출발 전 예비 며느리였던 A 씨와 경기 용인 주거지에서 함께 있었고, A 씨와 예물 문제로 갈등이 있었던 것을 파악하고 A 씨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수사했다.
실제 A 씨가 B 씨와 함께 지냈던 용인 주거지 압수수색에서 청산가리 덩어리가 발견됐고, A·B 씨가 갈등이 있었던 당시 A 씨 명의의 포털사이트 아이디에서 '사람 죽이는 약' '화성 살인사건 범인' '30층에서 떨어지면' '베란다 쇠 교체' '추락사' 등을 검색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B 씨 사고 당시 현장을 최초 확인했던 다른 운전자가 '차에 냄새가 역한 생수가 있어 구급대원에게 인계했다'는 진술을 근거로, A 씨가 B 씨를 차량 운행 중 청산가리를 탄 생수를 먹게 하고 마치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처럼 위장해 살해했을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실제 A 씨는 B 씨가 출발할 당시 배웅하면서 차에 생수병을 실어주는 모습이 찍히기도 했다. 다만 A 씨 가족이 B 씨 사망 당시 병원 관계자로부터 전달받은 생수병을 버리면서 생수병에 어떤 물질이 들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A 씨는 지난 2023년 8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2년여 간의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A 씨는 지난해 11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을 맡은 창원지법 진주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김기동)는 A 씨에게 범행을 인정할 만한 직접적인 증거가 전혀 없다며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청산염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인지 불명확하고, B 씨 차에서 나온 생수병에 청산가리가 든 물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무죄 근거로 밝혔다.
또 결혼 전이라 B 씨 사망으로 A 씨가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이 없는 데다 A 씨는 경제적 궁핍 상태도 아니어서 갈등이 심하면 결혼을 포기할 선택지도 있어 범행 동기도 불분명하다고 봤다.
'사람 죽이는 약'이라는 검색어는 이후 갈등이 마무리됐고 다른 검색어는 이 사건 범행과 큰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제3자 범행 가능성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수사는 초반부터 A 씨가 범인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뤄졌다"며 "그에 반해 수사기관은 B 씨 사망으로 이익을 받을 아들과, B 씨와 금전 문제가 있던 남성, 용인 주거지에 자유롭게 출입한 B 씨 가족 등에 대해 면밀히 수사하지 않아 이들의 범행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대해 사실오인을 이유로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 사건은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1부(부장판사 박광서) 심리로 지난 15일 항소심 첫 공판 이후 내달 26일 두 번째 공판을 앞두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 사건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혐의를 증명할 수 있는 DNA 감식과 관련해 누락된 부분이 있어 보완 수사를 요청했다"며 "억울한 죽음과 살인자가 존재하는 이번 사건에서 경찰과 적극 협력해 항소심에서 진실을 규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말 <뉴스1>보도 이후 지난 18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방영되면서 재조명되고 있다.
jz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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