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동남권 경제 '빨간불'…중동 사태 악재 여파

BNK경영연구원, 이란전쟁 여파와 동남권 경제 영향 보고서
"석유화학 등 중동지역과 밀접한 경제구조로 공급망 정상화 지연"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2026.6.16 ⓒ 뉴스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홍윤 기자 = 올해 하반기에도 중동사태로 인한 악영향이 동남권 경제에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석유화학 등 중동 지역과 밀접한 산업구조로 공급망 정상화가 지연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6일 BNK경영연구원이 발표한 '이란전쟁 여파와 동남권 경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이후 중동사태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동남권 5월 제조업 생산은 동월 대비 2.1% 감소했다.

업종별로 보면 석유정제(-21.3%), 화학(-11.3%), 고무·플라스틱(-5.1%) 등 석유기반 산업군과 자동차(-9.4%)가 크게 하락했다. 지역별로도 해당산업이 밀집해 있는 울산이 -7.3% 감소해 직격탄을 맞았다. 그나마 부산과 경남은 기계(16.7%), 금속(11.7%), 조선(5.9%), 철강(4.2%) 등의 강세로 각각 2.9%, 0.7%씩 증가했다.

수출물량도 전년 동월 대비 22.0% 줄어 64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수도권, 호남권, 충청권, 대구경북권 등 전국 경제권역에서 가장 큰 감소세다.

그나마 수출금액 기준으로는 5월 중 9.9% 늘어나며 증가세가 지속됐지만 이는 유가 급등에 따른 석유제품 수출단가 상승, 고환율에 따른 원화 환산가치 상승 등 단기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취업자 수도 도소매·숙박음식점업과 건설업의 고용 감소 영향으로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6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지역별로는 부산이 1만 7000여 명 줄어 경남(1.7만명)과 울산(0.6만명)의 증가세를 상쇄했다.

연령별로는 50대(-1.4만명), 40대(-0.4만명)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 제조업, 건설업이 부진한 데다 해당 연령대의 재취업 수요 흡수를 담당하던 숙박·교육·음식점 등 생활서비스업의 산업활력이 둔화됐기 때문이다. 이 외에 경기둔화와 AI발전 등이 맞물리면서 구조조정, 명예퇴직 등 인력 효율화 흐름이 강화된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동남권 제조업 생산 증가율 그래프. 업종별로는 석유 관련 산업, 지역별로는 울산의 약세가 눈에 띈다. (BNK금융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연구원은 이런 문제의 원인을 중동 충격에 취약한 동남권의 'R.I.S.K 경제구조'에 있다고 봤다.

'R.I.S.K'는 △정유·석유화학 산업 집적(Refining) △중동산 원유 수입 의존(Import Dependence on Middle Eastern Oil) △해운·항만 산업 발달(Shipping & Port Logistics Exposure) △핵심 수출산업 집적(Key Export-Oriented Industry Cluster)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동사태로 인한 악영향이 동남권에는 하반기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동사태로 인한 원유 생산시설의 파괴가 원유공급 지속 차질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생산 재개 이후에도 선적, 해상운송, 항만처리, 보험료 재산정 등에 시간이 소요되면서 공급망 정상화를 제약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원유조달 불안은 기업의 생산계획에 차질로 이어져 납기 지연, 재고 부담 등으로 지역 기업의 재무 부담을 높이고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현상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보고서는 △피해기업과 취약계층에 대한 신속한 지원 △주력산업 고도화 및 지식서비스업 육성 △친환경·AI 기반 첨단산업 확대 △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극복 방안으로 제시했다.

백충기 BNK경영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동남권 경제는 대외 충격이 발생할 때마다 영향은 크게 받고 회복은 더딘 모습이었다"며 "위기에 강한 산업 기반과 회복력이 높은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한 과감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red-yun8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