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아버지 영정사진'이 부른 비극…40대 아들의 보복 살인
1심 징역 10년→2심 징역 9년
관리비 다툼 뒤 부친 숨지자, 앙심 품어
- 박서현 기자
(부산=뉴스1) 박서현 기자 = "누구야?"
2011년 2월 7일 오후 12시 50분쯤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의 한 빌라. 70대 남성 박 모 씨는 집 초인종 소리를 듣고 현관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평소 알고 지내던 40대 남성 A 씨가 서 있었다. A 씨는 점퍼 주머니에 과도를 숨긴 채 박 씨의 집을 찾아왔다.
박 씨가 문을 열고 나오려는 순간 A 씨는 미리 준비한 흉기를 꺼내 박 씨의 가슴 부위를 향해 휘둘렀다. 그러나 칼날은 옷에 걸려 부러졌다.
박 씨가 밀치며 저항하자 A 씨는 주먹으로 얼굴과 머리를 여러 차례 때려 현관 앞 바닥에 넘어뜨렸다.
이후 A 씨는 집 안 주방 싱크대에 있던 다른 과도를 집어 들고 박 씨의 목과 가슴 부위를 여러 차례 찔렀다. 박 씨는 폐와 대동맥 손상으로 현장에서 숨졌다.
사건의 시작은 약 한 달 전 발생한 폭행치사 사건이었다.
A 씨의 아버지는 2010년 12월 31일 같은 빌라에서 박 씨와 다투던 중 쓰러져 숨졌다. 당시 관리비 문제 등으로 두 사람 사이에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아버지가 박 씨의 폭행 때문에 사망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수사기관의 공식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스스로 복수를 결심했다.
그는 집에 걸린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본 뒤 분노를 참지 못한 채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폭행 후 과도로 박 씨를 습격해 숨지게 한 A 씨는 범행 직후 스스로 경찰에 자수했다.
재판에 넘겨진 A 씨는 법정에서 "범행 당시 심신장애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부산지법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찔러 살해해 인간의 생명을 앗아간 점에서 죄책이 무겁다"며 "피해자 유족들도 엄벌을 탄원하고 있어 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범행 직후 스스로 수사기관에 자수했고 자기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함께 청구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범행이 아니라 피해자와의 특수한 관계에서 비롯된 범행"이라며 "상해죄 전력 외 중한 범죄 전력이 없고 재범 위험성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A 씨는 양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 역시 심신장애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 경위와 범행 전후 행동 등을 보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일부 양형 사유는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고인 부친이 사망하게 된 과정에서 피해자와의 소란이 일정 부분 원인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아들인 피고인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부친 사망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부친의 사망 충격과 모친의 정신장애 등으로 피고인이 정신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정신적 어려움이 범행 동기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수사기관의 공식적인 절차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사적으로 보복성 살인을 저지른 점, 피해자가 고령의 노인이었다는 점에서 죄책은 무겁다"고 지적했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보다 1년 감형된 징역 9년을 선고했다.
wise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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