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실형 산 50대, 44년 만에 재심서 무죄

부산고등·지방법원 전경 ⓒ 뉴스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박서현 기자 = 1980년대 초 지인들에게 북한을 찬양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실형을 살았던 고(故) 박 모 씨가 44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항소4-1부(정성호 부장판사)는 7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박 씨의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박 씨(당시 50대)는 1978년 6월부터 1981년 1월까지 10차례에 걸쳐 지인들에게 "38선을 없애고 통일이 되려면 미군이 철수해야 한다", "남한은 사회제도 모순 때문에 없는 사람은 학교를 계속 다니기 어렵지만 북한은 실력만 있으면 공부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혐의로 1981년 2월 국가안전기획부에 연행됐다.

박 씨는 연행 이후 한 달 넘게 구금 상태에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가족들은 당시 사복 경찰이 찾아와 별다른 설명 없이 박 씨를 연행한 뒤 집에 있던 책 등을 가져갔다고 진술했다.

1심 재판부는 박 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하며 반국가단체를 고무, 찬양, 동조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박 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항소심에서는 일부 혐의는 폐지된 반공법에 해당하고 일부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인정된다며 징역 1년이 선고됐다.

이후 박 씨의 손녀가 2022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에 진실 규명을 신청했고, 2024년 6월 진화위 조사 결과 박 씨가 불법 구금됐고 수사 과정에서 수면을 제한당하는 가혹행위를 겪은 사실이 확인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 행위는 표현의 자유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새롭게 제출된 증거와 기록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범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선고 이후 박 씨의 며느리 김모 씨(70대)는 "간첩이라는 낙인 속에서 살아온 고인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고 싶었다"며 "친척들조차 만남을 피할 정도로 고통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재판을 맡은 박민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법원이 과거 조작 의혹 사건에 대해 일관되게 무죄 판단을 내리고 있다"며 "뒤늦게라도 억울함이 풀린 점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wise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