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사용자"…공공기관 노조, 전국 첫 노정교섭 요구
노조 "인사·조직 지침으로 노동조건 통제"
부산시 "사용자성 판단 필요…고용부에 검토 요청"
- 박서현 기자
(부산=뉴스1) 박서현 기자 = 부산 지방공공기관 8곳 노동조합과 조합원 7485명이 부산시에 노정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방 공공기관 노조가 광역자치단체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한 것은 전국 최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와 한국노총 공공연맹 부산본부 등은 1일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는 지방공공기관 노정교섭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부산시가 최근 발표한 '지방공공기관 인사·조직 기준(지침)'을 문제 삼았다. 노조는 해당 지침이 임금과 복리후생, 조직 운영 등 핵심 사안을 사전에 협의하도록 규정해 사실상 노사 교섭을 통제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장대덕 한국노총 공공연맹 부산시설공단노조 위원장은 "부산시는 임금과 성과급, 수당 등 보수 체계 전반에 대해 승인 절차를 두고 있다"며 "노사가 합의한 사항조차 제한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단순한 관리·감독을 넘어 노동 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라며 "부산시가 사용자로서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장 사례도 제시됐다. 권태상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산연구원지부장은 "무기계약직 처우 개선과 관련해 노사 간 합의가 이뤄졌지만 부산시의 반대로 이행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 범위 내에서 추진 가능한 사안도 부산시의 승인 문제로 실행되지 못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현재 구조가 자율적인 노사관계를 침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 기관이 임금협상과 단체협약을 진행하면서도 시의 사전 승인과 통제를 받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들은 "부산시는 통제는 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교섭 당사자로 직접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정교섭 참여 △인사·조직 지침 철회 △노사 합의 사항 존중 등을 요구했다.
이번 요구는 노동조합법 제2조, 제3조 개정안인 이른바 '노란봉투법'과도 맞닿아 있다. 개정된 법은 노동 조건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과 결정권을 행사하는 경우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도록 했다.
노조는 부산시가 인사·조직 지침과 예산 통제를 통해 산하 공공기관의 노동 조건을 사실상 결정하고 있어 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부산시가 교섭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노동 기본권 침해로 보고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사용자성 인정 여부에 따라 교섭 대응을 검토하겠다"며 "전례가 없는 사안이라 고용노동부 단체교섭 판단지원 위원회에 판단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달 10일부터 시행된 노란봉투법은 노동자의 파업과 관련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사용자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하청 노동자는 원청 기업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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