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급금 명목 82억 빼돌린 신태양건설…HUG에도 '불똥'

'조합 이사회 결의 전 자금 집행 승인' 논란

신태양건설이 HUG로부터 자금 인출을 승인받기 위해 자회사와 함께 작성해 주택재개발 조합에 제출한 확인서.(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부산=뉴스1) 임순택 기자 = 경남 사천지역 주택재개발사업 시공사인 신태양건설 경영진이 공사 선급금을 편취한 혐의(사기)로 검찰에 송치된 가운데, 자금 관리와 보증 업무를 맡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절차를 무시하고 자금 지출을 승인해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HUG 부산울산지사는 자금 집행 필수 요건인 조합 이사회의 결의서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거액의 자금을 내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신태양건설은 지난 2023년 11월 경남 사천시 정동2지구 주택조합과 1526억 원 규모의 아파트 신축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자금난을 겪던 신태양건설은 2024년 3월 1차 부도 위기에 몰리자 조합 자금을 끌어쓰려 했다. 그러나 HUG 규정상 공정률에 따르지 않은 '공사 선급금' 지급이 불가능해지자, '건설사업관리(PM) 용역비'로 위장해 82억 5000만 원을 인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신태양건설은 자금 인출 엿새 전인 2024년 3월 23일 자회사를 내세워 "HUG 규정상 선급금 지급이 불가하므로 PM 용역계약서로 작성됨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이면 확인서를 조합 측에 제출했다.

이후 자금 인출일이던 2024년 3월 29일 HUG 부산울산지사에서는 지출 명목을 두고 시공사와 조합 임원 간에 실랑이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HUG 측은 당초 '공사 선급금' 명목 지출을 거부했으나, 조합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지출 항목이 'PM 용역비'로 바뀌었고 당일 즉시 자금 집행이 승인됐다. 통상 자금 지출을 위해서는 조합 이사회의 사전 결의가 필수지만, 당시 HUG는 결의서 제출 전 승인 도장을 찍어줬다. 해당 안건을 다룬 조합 이사회는 자금이 빠져나간 뒤인 당일 오후에야 열렸다.

또 82억 원이라는 거액의 용역비를 수령한 신태양건설 자회사(신서건업)는 2021년 이후 거래 실적이 전무한 사실상 '유령 회사'였으나, HUG는 그 실체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HUG의 석연찮은 승인으로 수혈 받은 신태양건설은 부도를 잠시 미룰 수 있었으나, 같은 해 11월 결국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로 인한 피해는 455명의 조합원에게 전가됐다. 조합원들은 현재 HUG로부터 중도금 이자 자납 독촉을 받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뒤늦게 사태 파악에 나선 HUG는 자금 집행 4개월 뒤인 2024년 7월에서야 "PM 용역비가 사실상 공사 선급금으로 판단된다"며 자금 환입을 요청했지만, 돈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이에 대해 HUG 측은 "제출된 계약서와 세금계산서 등 서류에 따라 절차대로 인출한 것일 뿐 책임이 없다"며 "감사원 자료 제출 외에 별도 조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조합 관계자는 "부도 직전 시공사를 살리기 위해 공기업인 HUG가 최소한의 검증 절차도 없이 거액을 내준 것은 명백한 직무 유기이자 공모"라며 "수사기관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유착의 전말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limst6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