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유린' 덕성원 피해자들, 국가·부산시 상대 손배소 승소

24일 부산지법 앞에서 국가와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승소한 덕성원 피해자들이 심경을 밝히고 있다.2025.12.24/뉴스1 ⓒ News1 장광일 기자
24일 부산지법 앞에서 국가와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승소한 덕성원 피해자들이 심경을 밝히고 있다.2025.12.24/뉴스1 ⓒ News1 장광일 기자

(부산=뉴스1) 장광일 기자 =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인권 침해가 발생했던 부산 아동 보육시설 덕성원 사건 피해자들이 법원으로부터 그 피해를 인정받았다.

부산지법 민사1부(이호철 부장판사)는 덕성원 피해자들이 대한민국과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24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가 인용한 금액은 총 394억 1250만 원으로 원고 측 전체 청구액 462억 7657만여 원의 약 85% 수준이다. 이 배상액은 피해자들 수용 기간, 수용 경위, 수용 중 겪은 가혹행위에 의한 신체나 정신적 장애 등을 고려해 산정됐다.

피고 측은 앞서 재판 과정에서 "덕성원은 민간 사회복지법인에 의해 운영된 시설"이라며 "소멸시효가 지난 뒤 손해배상소송이 진행됐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덕성원 인권침해 사건은 국가와 시가 위법하게 덕성원에 부랑아들을 인계했고, 덕성원에서 자행된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관리나 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라며 "국가와 부산시 공무원의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따라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해당하고, 지난해 10월 같은 법에 따라 이 사건 발생 사실이 인정됐다"며 "따라서 덕성원 사건은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 부장판사는 선고 뒤 "대한민국에서 이런 불행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많이 노력해야 한다"며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을 남겨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고들을 향해 "고생 많이 했다"고도 말했다.

이후 법정에서 나온 피해자들은 부산지법 정문 앞에서 회견을 열어 '승리'를 외쳤다.

소송대리인인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시와 국가에 요구하고 싶은 게 2가지 있다. 항소하지 말 것과 사과하는 것"이라며 "비슷한 사건인 형제복지원의 경우 항소나 상고를 포기하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만큼, 이번 사건도 판결을 수용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피고 측은 재판 과정에서 사실을 인정하지도 사과하지도 않았으나, 법원 판단이 나온 만큼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덕성원 사건은 1970~90년 덕성원 운영진들이 당시 국가 정책에 따라 데려간 원생들을 상대로 강제 노역, 구타 및 가혹행위, 성폭력 등 인권침해를 일으킨 사건이다.

부산시는 당시 아동복지법 등 법령과 공문을 통해 덕성원에 아동 수용과 전원 등을 지시했고, 덕성원은 국가와 시의 보조금으로 시설을 운영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ilryo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