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요? 전부 남성들 차지죠"…26년차 여성 기사의 하소연

부산이동노동자 지원센터서 토론회
이동노동자 쉼터 '여성이용률' 1~5% 불과

오다빈 성평등 위아 이사가 27일 오후 부산이동노동자 지원센터 사상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 나와 발언하고 있다.2025.10.27/뉴스1 ⓒ News1 김태형 기자

(부산=뉴스1) 김태형 기자 = 26년차 경력의 정순옥 기사는 "대리운전을 하다보니 수 많은 일을 겪었다. 여성기사를 불러 '우리 진한 얘기 좀 하자, 술집 있느냐'며 말을 거는 불량고객을 예사로 만났다. 차로 야간에 부산 철마산까지 올라갔다가 중턱에서 홀로 휴대폰의 불빛에 의지해 걸어내려온 적도 있다. 정말 조금이라도 쉬고 싶더라"고 말했다.

정 기사는 27일 오후 부산이동노동자 지원센터 사상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여성 기사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쉼터를 바란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현재 우후죽순 만들어지고 있는 쉼터는 대부분 남자 기사분들 차지"라며 "여성기사 전용 쉼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정 기사와 같이 여성전용 이동노동자 쉼터의 필요성을 강변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정근 전 도담도담(부산 이동노동자지원센터) 간사는 "현재 전국 이동노동자쉼터는 130개가 넘지만 여성 전용 쉼터는 찾기가 힘들다. 이는 남성 중심 공간 구조로 인한 것"이라며 "실제 쉼터의 여성이용률은 1~5%에 불과한데 이는 여성 노동자들이 그만큼 쉼터를 마음 놓고 이용하기 어렵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토론회에서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동노동자쉼터를 이용하는 여성들 가운데 84%는 '쉼터 이용이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앞서 정 기사는 이와 관련해 "기존에 있는 쉼터는 들어서자 말자 남성 기사분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선 여성 기사들이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며 경험담을 전하기도 했다.

이미영 카부기공제회 공동회장은 "예전보다 좋아지긴 했지만 여성 대리기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곱지 않다. 일반적인 쉼터에서 업무적인 고충을 털어놓기가 어려운 이유"라며 "전용쉼터는 단순히 여성기사들을 위한 것이 아닌 이들이 적절히 쉬면서, 스트레스로 인해 자주 발생하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장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오다빈 성평등 위아 이사도 "이동노동자는 대리기사뿐만 아니라 학습지 교사, 검침원, 방문 점검원이 포함된다. 주로 여성 노동자들이 분포하는 직종"이라며 "이들은 고객에 의한 성희롱 및 정신적·성적 폭력에 더욱 심각하게 노출되고 있어 여성 전용쉼터 설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th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