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푸른 하늘의 날, 미래 세대와의 약속

이상욱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장 = 지난 9월 7일은 우리나라가 제안해 채택된 첫 유엔 공식 기념일이 된 '푸른 하늘의 날'이다. 대기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하는 한편 오염 저감과 청정대기를 위한 노력과 국제적 협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지정된 날이다.
맑고 푸른 하늘은 인류 모두의 기본적 권리이자, 미래 세대에게 반드시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하지만 이제 청정한 대기와 푸른 하늘은 더 이상 우리 모두에게 보장되는 당연한 자산이 아닌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우리가 무심코 소비하는 에너지, 그동안 많은 편의를 제공해 준 화석연료 사용이 보이지 않는 대가를 치르게 하고 있다. 다보스포럼이 발표한 '2025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는 인류가 “대기오염, 기후변화, 생물 다양성 손실” 등 3중 지구환경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러한 위협은 장기적으로 계속 영향이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제 기후 문제는 '가능성 있는 위험'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위기'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지금 지구촌은 지구 온난화에 대처하고, 청정한 대기를 보전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을 전 지구적 가치로 내걸고 실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주요 에너지 다소비 국가를 중심으로 원자력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등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지속 가능한 청정에너지원 확보와 함께 미래 친환경에너지 신기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이 중 원자력발전은 대표적인 무탄소 에너지원이다. 적은 연료로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며 발전 과정에서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등 대기오염물질을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또한 초기 건설비는 많이 들지만, 연료비가 저렴하고 발전소 수명이 길어 장기적으로 경제적이다. 특히 날씨나 자연환경에 상관없이 24시간 연중무휴로 꾸준한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많은 선진국이 대규모 무탄소 전력 공급의 기둥으로 원전을 활용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발전 전력의 약 3분의 1이 원자력으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최근 체코의 신규원전 건설사업, 루마니아의 계속운전 설비 개선 사업 수주 등 유럽시장 원전 수출에 잇달아 성공해 세계적으로 기술력과 안전성을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도전적인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원자력발전 비중을 2030년 31.8%, 2038년 35.2%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필자가 몸담은 고리원자력본부 역시 이러한 과정에서 막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최초 설계 수명 만료로 현재 가동이 중단된 고리2·3·4호기의 신속한 재가동으로 전력계통 안정성에 공백을 최소화하고, 국가 무탄소 에너지 공급계획에도 차질이 없게 해야 한다.
원전 계속운전은 신규 건설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면서 즉시 가용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이다. 급증하는 전력 수요와 온실가스 감축 속도 등을 감안하면 계속운전 없이 국가 탈탄소화와 NDC 달성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중국 고전에 거안사위(居安思危)라는 경구가 있다. 평안할 때도 위기를 생각한다는 뜻으로 현재의 안정 속에서도 잠재적인 위험을 대비하고 항시 준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지금 지구촌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와 대기 오염 문제는 여러 전문가가 경고한 대로 이미 눈앞에 다가온 위기이자 재앙이다. 이제 우리의 다음 세대를 위해 더 철저한 준비와 약속이 필요하게 때다.
푸른 하늘의 날을 맞아 고리원자력본부 임직원 모두는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재가동 개시 예정인 원자력발전소의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우리의 미래 세대에게도 깨끗하고 푸른 하늘을 물려주는 데 일조하겠다는 다짐과 약속을 드린다.
limst6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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