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포럼] 청년들이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서울로 가는 이유

자발적 청년 유출은 '성장 욕구'의 분출

청년 구직자들이 서울 용산구 청년취업사관학교 용산캠퍼스에서 열린 일자리 매칭데이에서 면접을 보고 있다. /뉴스1 DB

(부산ㆍ경남=뉴스1) 최정원 청춘연구소 컬처플러스 대표 = 요즘 청년들은 '보통, 평균'에 맞추기 위해 씨름한다. 청년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그 '보통과 평균의 대명사'는 바로 서울이다. 부산에서 직장을 다니면 같은 또는 비슷한 연봉을 받아도 '평균 이하' 인 것처럼 느껴진다. 굉장히 높은 거주 비용을 감내하면서까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서울로 가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그리고 '번 아웃'을 경험하고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오는 청년들을 보기가 부지기수다. '보통, 평균'은 청년들의 '성장욕구' 도달점을 나타낸다.

여러 지자체들의 청년정책들은 거주 비용을 낮추기 위한 지원이 주를 이룬다. 특히 인구소멸 대상 지역은 그렇다. 하지만 거주비용을 낮추는 정책이 부산의 청년세대에게 유효할까? 서울은 높은 주거, 교통비용 등으로 거주에 대한 지원정책이 굉장히 필요하지만 나머지 지방은 상대적으로 그런 욕구가 낮다.

서울은 높은 보증금과 월세 등을 월급 200만~250만원으로는 감내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런 지원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나머지 지역은 그렇지 않다. 그러면 부산청년들에게는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물어본다면 바로 '보통, 평균으로의 성장정책'이다.

진로를 고민하는 요즘 청년들은 정규직이란 말이 그렇게 크게 와 닿지 않는다. 한 직장에서 평생을 근무한다는 것은 자기실현의 욕구가 큰 청년들에게는 괴로운 일이다. 더 도전적으로 새로운 일을 계속해서 이뤄나가고 싶은 청년들에게는 오히려 잦은 이직과 새로운 경험이 필요하다.

N잡러, 사이드 잡, 사이드 프로젝트와 같은 말들이 괜히 생겨나지 않았다. 멀티 페르조나를 이루기 위해 다양한 자기실현을 진로와 직장, 창업, 문화활동으로 이어간다. 성장하는 청년들은 한 가지 과업이나 정체성의 성장이 아닌 다양한 정체성을 성장시키기 원한다. 그런 면에서 부산의 청년정책의 방향은 '자율성', '다양성'에 기반할 필요가 있다. 복지적 지원으로는 자생하기 어렵고, 대중적인 또는 보편적인 지원정책을 펼치기도 어려워 많은 청년들이 정책의 효능을 느끼기도 어렵다.

청년들이 부산에 남고 싶게 하려면 미래에 대한 계획이 보여야 한다. 자기의 관심직종, 진로가 있는데 부산에서는 어떤 경로로 성장할 수 있는지 접근이 어렵다면 청년은 부산에서의 미래계획을 세울 수 없다. 둘째, 성장에 따른 보수(연봉)의 인상이 보장되어야 한다. 단순히 경험과 기술의 성장만으로는 안 되고, 경력과 스펙이 올라감에 따라 자신의 보수도 함께 올라야만 성장의 근본적, 내적 욕구인 '인정 욕구'가 해결된다. 사회에서 보수는 인정을 나타내고, 인정은 성장의 동기,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셋째, 롤 모델이다. 근접한 나이에 청년들 중에서 부산에서 자기 분야에 뛰어나 성공한 모델이 다양하게 나와야 한다. 그것을 보고 자신의 미래와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중장년 시기의 미래도 보장되어야 한다. 청년정책이 청년에서 그치면 중장년에서는 또다시 '성장의 정체'를 겪을 수밖에 없다. 요즘 시대에 정책의 적절한 지원 없이 지속적인 성장을 경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전에 부산시에서 '부산형 마음건강 모델' 연구를 수행하면서 부산 청년의 특징으로 '이행기가 길다'는 점을 꼽았다. 서울은 이행기를 짧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가속 구간 같은 곳이다. 곧, 이행기를 짧게 만들어준다는 것은 빠른 성장을 의미한다. 같은 시간을 살지만 청년들에게 서울과 부산의 시간은 다르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청년수당이란 정책을 내걸었던 가장 큰 이유는 청년들에게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함이다. '알바'하는 시간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자기계발, 도전을 하란 것이다. 서울의 정책은 청년들의 성장시간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부산은 과연 청년의 무엇에 투자를 하고 있는지 한 번 쯤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부산 청년이 서울로 가지 않고 부산에 정착하려면 '서울에서 청년시기 때 성장하는 시간 대비 부산에서의 성장 시간의 갭을 정책적으로 메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부산청년으로서 부산시에 전달하고 싶은 개인적인 생각이다.

최정원 청춘연구소 컬처플러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