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방화셔터 사고' 후 3년 반…여전히 일어서지 못하는 서홍이
2020년 장애 중증 판정, 재활·치료 꾸준히 했지만 일상생활 불가능
"정신·경제적 고통 여전…아이들에게 안전한 환경 변화 없어" 눈물
- 이현동 기자
(김해=뉴스1) 이현동 기자 =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2019년 9월 30일. 집 현관을 나서면서 밝게 건넨 이 인사는 서홍이의 마지막 인사가 됐다.
이날 오전 8시 30분. 김해 영운초등학교에 다니던 당시 2학년 홍서홍 군(9)은 계단을 오르던 중 갑자기 방화셔터가 내려와 목 부분이 깔리는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이른바 ‘김해 방화셔터 사건’이다. 교사들이 현장에 달려와 급히 홍 군을 구조했지만,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2023년 3월 30일. 홍 군이 사고를 당한 지 꼭 3년 6개월이 되는 날이다. 사고 당시 9살이던 홍 군은 이제 13살, 초등학교 6학년 나이가 됐다. 120㎝ 정도이던 키도 150㎝까지 훌쩍 컸다. 홍 군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의식은 돌아왔을까? 사고 이후 가족들은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이날 홍 군의 어머니 이길예 씨(40)를 만나 지난 3년 반의 기억을 되짚어봤다.
이 씨는 우선 홍 군의 근황을 전했다. 안타깝게도 홍 군은 여전히 병상에 누워있다. 방화셔터에 깔렸을 당시 뇌에 산소공급이 차단돼 일부 뇌세포가 죽으면서 신체기능이 마비됐다. 사고 이듬해에는 뇌병변장애, 장애정도 ‘중증’(1~3급에 해당) 판정을 받았다.
다행인 점은 홍 군의 상태가 몇 년 전과 비교하면 꽤 호전됐다는 것이다. 이 씨는 “갓난아기 수준의 인지능력이긴 해도 의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제 약간의 표정도 생기고 눈동자도 움직인다”면서도 “의학적 관점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같은 상태다. 걷기, 말하기, 먹기 등 일상생활은 불가능하다. 그래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홍 군의 상태가 나아진 것은 부모의 이런 믿음·희망, 노력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둘째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며 전쟁 같은 3년 반을 보냈다.
서울과 김해를 오가며 고액의 줄기세포 치료를 하거나 ‘보바스 치료법’, 기립기를 활용한 신체기능 재활치료 등 가능한 모든 치료법을 동원하고 있다. 다음 달부터는 한방치료도 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신적·경제적 고통이 홍 군 가족들을 짓누르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하다. 오랜 시간 병원생활을 하며 우울감에 빠진 이 씨는 최근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서홍이에게 2살 위의 형과 4살 아래 남동생이 있다. 매일 매일이 걱정이다. 특히 작은 아이는 지금이 서홍이가 다쳤을 당시 나이”라며 “학교도 일부러 다른 곳을 보냈다. 그 학교 근처만 가도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라 보낼 수가 없었다. 또 사고 이후로 방화셔터 밑을 못 지나다니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제적인 부담은 지난 2021년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 지난해 3월 25일부터 시행되면서 상황이 다소 나아졌다. 이 개정안은 요양치료 중 의학적으로 간병이 필요한 경우 간병비(임시거주비·식비·교통비·생필품·의료품 등)를 지급할 수 있으며 부대 경비까지 지급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현재 홍 군의 간병비 전액이 가족에게 지급되고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 씨는 “간병비는 하루에 드는 비용 약 14만 원 중 6만 7140원, 한 달에 200만 원 정도 지원받고 있다. 부족하긴 해도 아예 지원이 없었을 때를 생각하면 이것도 감사하다”며 미소지었다.
이처럼 사고 이후 지자체와 교육·정치계는 다시는 ‘제2의 서홍이’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관련법 등을 만들거나 고치겠다고 앞다퉈 나섰다. 그러나 피해 당사자인 홍 군 가족이 느끼기에 학교 환경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안전하지 않고, 보상 방안도 미흡하다.
이 씨는 “3년 반 동안 많은 분이 노력해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물론 감사하지만 실질적으로 바뀐 건 없는 것 같다. 방화셔터가 스크린으로 바뀌거나, 스티커를 붙여 방화셔터 위치를 알리는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사고가 나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모두 회피하기만 한다”며 “누가 책임져주길 바라는 게 아니라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서홍이 사고와 같은 인재(人災)는 반드시 또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언제 어디서, 어떤 사고가 누구에게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리 예방해야 하고, 만약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서홍이가 내게 귀하듯, 모든 아이들은 각자의 부모에게 귀한 자식이다. 아이들이 안전한 곳에서 교육을 받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lh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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