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갑질에 휘둘리는 역무원들…부산 지하철 노사, 보호책 마련 속도 낸다
폭행 피해 역무원에게 '위로휴가'…고객센터→역무안전실로 변경
대응 매뉴얼에도 갑질 여전…미화원 지원 대상서 제외 '개선 필요'
- 노경민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갑질 승객에 휘둘려 이른바 '감정노동자'로 불리는 지하철 역무원들의 고충이 날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뉴스1 9월10일 보도) 부산 지하철 노사가 보호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8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산지하철노조에 따르면 전날 노조와 부산교통공사는 폭행 사고를 당한 지하철 역무원에게 위로 휴가를 최대 3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노사 협약은 지난달 29일 지하철 파업 직전에 열린 노사 최종교섭에서 합의된 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후속 조치로 체결됐다.
노사는 '고객센터'의 명칭을 '역무안전실'로 새롭게 바꾸는 데도 합의했다. 그동안 '고객'이 포함된 명칭에 따라 지하철 역무원들이 과도한 서비스를 요구받는 등 폭언·폭행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불만에 따른 조치다.
이번 단체협약에서 체결된 보호 대책은 내년초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 8월 감정노동자 인권 증진을 위해 꾸려진 노사 공동협의체는 도시철도 1~4호선 역무실 직원 보호를 위해 전화 음성 안내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로써 지난 6일부터 역무실에 전화를 걸면 '서로를 존중하는 말로 고객 응대근로자를 배려해 주세요'는 안내 음성을 들을 수 있다.
고객의 갑질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역무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심리검사도 지난 6일부터 20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지하철 이용객으로부터 폭행·폭언 피해가 끊이지 않는 역무원은 감정노동자로 거론된다. 감정노동 피해는 대체로 늦은 시각 만취 고객들에게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에는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역무원을 향해 욕설을 내뱉는 '신종 갑질'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산교통공사도 역무원 폭행 대응을 위한 매뉴얼을 제작했지만, 감정노동 피해를 줄이는 데는 역부족이다.
노조에 따르면 역무원에 대한 갑질 사례는 지난 2018년부터 25→31→26→39→36(올해 8월까지)으로 좀처럼 끊이지 않고 있다.
부산지하철노조가 지난 7월 조합원 8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약 40%가 최근 1년간 월 1회 이상 고객으로부터 인격 무시를 당하거나 폭언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한달에 최소 1번 이상 폭행과 성희롱을 당했다는 응답자도 각각 7.6%, 6.3%로 나타났다.
이같은 피해에도 역무원들을 위한 후속 조치는 미흡한 실정이다. 신체·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때 회사에서 휴식을 보장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렇지 않다'가 58.3%로 과반을 차지했다.
갑질 피해를 본 이후 심리 상담을 받는 역무원은 41.9%에 그쳤다. 응답자의 64.5%가 보호 매뉴얼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고 느꼈고, 10명 중 8명꼴로 회사의 지원책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번 노사 협약의 한계점도 분명하다. 역사 내에서 성희롱·폭언 피해가 잦은 환경미화원의 경우 자회사 소속인 이유로 지원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노조 핵심 관계자는 "이번 단체협약에서 사측이 위로 휴가 등 지원책을 부여한 것은 감정노동을 인식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감정노동 피해가 큰 미화원들이 여전히 지원받지 못하고, 서울과 달리 감정노동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부서가 신설되지 못한 점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도시철도 2호선에서 근무하는 A씨는 "지원책이 많지 않지만 역무원의 감정노동에 대한 인식 개선의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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