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주민 인권 앗아간 코로나19…제도적 지원 강화해야"
18일 '세계이주민의 날' 맞은 정지숙 이주민과함께 상임이사
"이주민 증가해도 차별·소외 여전…고용보험 등 혜택 있어야"
- 노경민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코로나가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앗아갔습니다. 제도적 차별을 해결하는 방안이 시급합니다."
12월18일은 '세계이주민의 날'이다. 하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더욱 서글픈 날이다.
정지숙 '이주민과 함께' 상임이사는 코로나19가 부산 이주노동자 인권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되돌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 현상이 생계, 주거, 의료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부산지역 이주민 수는 2017년 6만4145명, 2018년 7만1570명, 2019년 7만7968명으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이 떳떳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1996년부터 20년 넘게 부산과 경남의 이주노동자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앞장서 온 이주민과 함께도 코로나19 여파를 맞은 여러 이주민을 지켜보면서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뉴스1>은 제도 밖으로 밀려난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힘쓰고 있는 정 상임이사를 만났다.
다음은 정 이사와의 일문일답.
―우선 이주민과 함께가 어떤 단체인지 소개 부탁드린다.
▶이주민과 함께는 1996년 '이주민 인권을 위한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그 당시 한국 사회에 이주노동자가 들어오기 시작해 노동문제에 대한 제기가 많았다. 그래서 이주노동자들의 상담 프로그램을 먼저 시작했다. 2007년에는 단체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이주민과 함께' 이름으로 개정해 종합적 인권운동 단체로 탈바꿈했다.
단체에서 하는 사업은 상담과 교육, 통·번역, 해외지원 사업 등 크게 4가지다. 상담 사업은 노동, 체류, 의료, 복지 분야를 다루는데 특히 복지 상담 비중이 큰 편이다. 현재 국내 복지 시스템만으로는 이주민의 생계 문제를 온전히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 상담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인권 교육'과 이주민을 대상으로는 '한글학교'가 있다. 늘어나는 이주민 활동가들을 위해선 '다문화인권 강사 양성 과정', '통·번역 활동가 양성 과정'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단체 부설기관인 아시아평화인권연대가 베트남, 캄보디아에서 장학사업 등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많은 이주노동자가 어려움에 처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취약계층으로서의 이주노동자 고충과 이주민이 겪는 부가적 어려움 등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첫 째, 취약계층으로서의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주로 비정규직 및 영세사업장 이주노동자들이 그 대상이다. 코로나19가 재난 상황을 맞이하면서 불평등, 차별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 고용 기간이 끝난 이주노동자들은 원래 대로라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지금은 하늘길이 끊겨 불가능해졌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연장제'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노동비자가 아닌 임시체류 비자인 탓에 이주민들이 근로할 수 없다. 이 기간에 의료보험도 없어 아프거나 다치면 치료를 받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두 번째, 이주민이 겪는 부가적 어려움으로는 이들이 고용안정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어 실업급여조차 못 받는다. 또 해고 시 고용노동청에 직접 가서 소송 및 항변을 해야 할 이주노동자들의 저항권이 현실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코로나 이후 일상상황에서 이주민에 대한 차별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지난 1~2월 중국 이주민을 한정해 '우한 바이러스 출입금지' 팻말을 부착한 식당이 몇 군데 있었다. 그 외에도 외국어로 이야기하면 뚫어져라 쳐다보거나 일부러 거리를 두는 차별 행위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이런 사례가 증가하면서 심리적 압박감을 받은 이주민들이 거의 집밖에 나서지 못한다고 한다.
―부산에서의 이주민 차별 문제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어떤 수준인가.
▶지자체 간 차별 순위를 두기는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다.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차별 문제는 당사자들만 알기 때문이다. 제도적 차별의 경우 전국적으로 비슷한 수준의 이주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다만 이주노동자가 많이 거주하는 경기도 안산시가 국가 차원의 이주정책을 보완하는 노력이 조금 있었다. 부산 역시 이번 지방정부 들어서 시의회에서 이주민 인권을 제도화하려는 노력이 몇 차례 있었다. 부산이 조금씩 성장하는 단계에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의사소통'이 가장 큰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긴급재난문자를 해석하지 못하는 이주민들이 많은데.
▶특히 코로나 사태 초기에 공포를 많이 느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재난 문자를 굉장히 많이 보내는 국가다. 이러한 문화가 생소한 이주민들은 재난 문자를 보면서 뭔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 같은데, 정확히는 알 수 없으니 두려움만 커진다고 한다. 지금도 다국어로는 긴급재난 문자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 코로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이들은 공장이나 집 밖으로도 나가지 못한다. 요즘에는 '19'라는 숫자만 보면 코로나로 인식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가장 지적하고 싶은 점은 정부가 과연 코로나19 대응 전략에서 이주민의 특수성을 고려했는지에 대해서다. 여기서 말하는 특수성은 의사소통이다. 결혼이주여성들은 체류 기간이 비교적 길고 언어를 익힐 기회가 많지만, 이주노동자는 월~토요일 근무하고 일요일 하루만 쉬니까 한국어를 교육받을 시간이 없다. 사업장에서도 이주노동자 중심으로 일해서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맺기도 어렵다. 현재 우리나라의 이주정책 모토는 '한국어 교육을 통한 사회통합'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무리 철저한 방역 전략을 가져도 원활히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면 무용지물이다.
정치권의 방역 전략도 외려 차별을 부추기고 이주민의 인권 침해를 야기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 외국인이 국내 숙박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선 여권 등 개인정보 기재를 반드시 해야 하는 '외국인 숙박신고제'가 대표적 사례다. 숙박업소에서 외국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방역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겠다는 법이지만, 인권침해라는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반발이 있었다.
또 경제적 문제로 이주민들이 코로나 검사를 회피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의 검사 비용 부담 기준이 시기별로 천차만별이라 내국인도 잘 알지 못한다. 초기에는 확진 시 치료비를 무료로 했다가 나중에는 협약국만 무료로 하는 등 지나치게 복잡한 측면이 있다.
―이주노동자의 주거 문제도 심각해 보인다.
▶공장에서 근무하는 이주노동자의 경우 회사가 제공하는 기숙사에서 거주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공장 사정이 나빠지자 기숙사에서 쫓겨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한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는 기숙사에서 나와 갈 곳이 없어 차에서 살고 있다. 파키스탄 이주노동자는 자가격리 기간 머물 집이 없어서 이주민과 함께 활동가의 집을 빌려주기도 했다.
코로나 이후 이주노동자들이 실직이 가속화하고 있다. 보통 이러면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정상이지만 지금은 항공편도 끊겨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체류 기간 연장은 인정되지만, 일할 수가 없어 생계가 위험한 상황이다. 건강보험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공장에서는 방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장 이주노동자 주거지에서는 사실상 거리두기가 불가능하다. 보통 2~3명의 노동자가 1평 크기의 탈의실에서 지낸다. 공장에서 지내는 대부분 사람이 자주 왔다 갔다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들은 또 화장실도 공용으로 사용한다. 올해 전반기 싱가포르는 한 공장에 침대 15개당 욕실과 화장실이 1개뿐인 이른바 '닭장 기숙사' 문제로 큰 질타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싱가포르 확진자 대다수가 이주노동자였다.
―코로나 시대 이주노동자들의 생계와 안전을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이주노동자의 생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부당해고 및 무급휴직 강요 등 고용차별을 근절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이주노동자의 고용차별은 가시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근로복지공단이 이주노동자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고용차별이 발생하는 사업장에 대해선 페널티를 부과하는 지침을 마련해야 하며 고용허가제 정비도 필요하다.
이주민의 실업 대란을 막기 위해선 최근 공론화되고 있는 '전국민 고용보험 제도'의 대상에 이주노동자를 포함해야 한다.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 이주노동자는 항상 배제돼 왔고, 긴급 고용안정 지원금 및 취약층 생계비 융자 등도 받지 못하고 있다. 최소한 실업급여에 준하는 긴급지원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들이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기 위해선 방역과 의료 전반에서 다언어 정보 제공이 체계적으로 정비돼야 한다. 현재 지자체에서 많이 하고는 있으나 통로가 일원화되지 않는 등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가 민관 단체들과 손잡아 연계해 다문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통일된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부산의 경우 어선원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들의 치료를 위한 병원 의료통역이 일원화 및 체계화돼야 하며, 선별진료소에서도 통역 체계를 더욱 구체화해야 한다.
―이주노동자 문제를 다루기 위해선 난민 문제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난민 인정률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난민협약국'이지만 난민을 받아들이는 데는 소극적이고 폐쇄적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난민인정률은 사상 최저인 0.4%에 불과하다. 총 1만5452명의 난민신청자가 있었지만,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79명뿐이다. 난민 인정을 기피하면서 신청자도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난민신청자는 전년 대비 4% 감소했다. 유럽연합(EU)의 난민율이 최근 13% 증가하고 33%의 인정률을 보이는 등 전 세계 난민율이 높아지는 현상과 비교하면 크게 부족한 수치다.
―난민을 받아주면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에서 벌어지는 테러 및 인종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어떻게 봐야 할까.
▶난민을 쉽게 받는 국가는 지구상에 없다. 어떤 국가든 민족이든 전쟁, 기아, 질병 등이 발생하면 난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난민수용은 상호주의적이며 인도주의에 기반한 행위다. 이는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떠나 보편적 인류애를 고민하는 성숙한 국가라면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많은 사람이 유럽 민주주의, 복지국가를 모범 삼으면서 난민 문제에 대해선 이렇게 폐쇄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다소 이중적 잣대로 보인다. 난민을 받아들인다면 테러와 인종갈등이 발생한다는 생각 역시 난민의 존재를 범죄자로 예단하는 편견과 혐오로부터 발생하는 오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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