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완전히 뒤집혔다"…30년 공고했던 보수텃밭 몰락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구청장‧시의원까지 완벽하게 압승
"한국당 폭상 망해야 정신차린다" 시민들 매서운 회초리 휘둘러

오거돈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13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선거사무소에서 6.13 지방선거 당선이 확실시되자 부인 심상애씨와 꽃 목걸이를 걸고 기쁨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18.6.13/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부산ㆍ경남=뉴스1) 박기범 기자 = 30년 보수텃밭 부산이 뒤집혔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부산시장, 해운대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비롯해 구청장, 시의원 과반 당선 등 압승하면서 부산 전역을 파란색으로 물들였다.

보수텃밭 부산의 지역주의가 끝났다는 평가와 함께 새로운 정치지형으로 재편될 것이란 분석이 이어진다.

부산은 지방선거가 시작된 이래 보수정당이 한번도 패배하지 않았을 정도로 보수가 강세를 보여왔다.

제1대 선거에서 문정수 민주자유당 후보를 시작으로 한나라당 소속의 안상영(2‧3대), 허남식(보궐‧4‧5대), 새누리당의 서병수(6대) 등 보수정치권 인사들이 부산시장을 독점해왔다.

하지만 이번 선거로 보수텃밭은 그야말로 옛말이 됐다. 우선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는 14일 오전 1시15분을 기준으로 65만6769표(54.3%)를 획득하며, 46만5870표(38.2%)를 획득한 서병수 자유한국당 후보를 압도했다.

4년 전 선거에서 2만701표 차이의 석패를 완벽하게 복수함과 동시에, 민주당 첫 부산시장으로 당선되면서 부산 지방권력 교체의 새시대를 열었다.

구청장 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구청장을 단 한번도 배출하지 못했을 정도로 지역에서 철저히 외면받아 왔다.

제6회 선거에서도 오규석 무소속 기장군수를 제외하고 모든 지역에서 새누리당 소속 구청장이 당선됐다. 지난 대선에서 노기태 강서구청장이 민주당에 입당한 것을 제외하면 민주당 소속 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은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민주당이 압도했다. 16개 구청장·군수 선거 가운데 오전 1시 15분을 기준으로 중구(윤종서), 영도구(김철훈), 부산진구(서은숙), 동래구(김우룡), 북구(정명희), 남구(박재범), 해운대구(홍순헌), 금정구(정미영), 강서구(노기태), 연제구(이성문), 사하구(김태석) 등 11곳에서 당선 확실 또는 당선을 확정했다.

현재 동구(최형욱), 사상구(김대근) 역시 앞서고 있으며, 기장군(오규석), 서구(공한수), 수영구(강성태) 등 3곳에서만 패했다.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광역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지역구 시의원을 배출하지 못한 채 비례대표 의원만 일부 당선시켰다. 하지만 이날 오전 1시15분을 기준으로 42명 가운데 38명의 시의원 후보가 1위를 이어가고 있다. 당초 민주당이 기대했던 시의회 과반을 넘어 절대다수당이 된 것이다.

부산시장,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등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면서 보수텃밭 부산은 완전히 잊혀졌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6ㆍ13 지방선거 투표가 종료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생각에 잠겨 있다. 2018.6.1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30년 동안 한결같이 보수를 향해 온 부산시민들의 '무조건적인 사랑'은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다.

'보수당 공천만 받으면 작대기한테도 무조건 표를 주던'시대는 마침내 종언을 고한 것이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많은 부산시민들이 "한국당이 이번 선거에서 폭삭 망해야 정신차린다. 폭삭 망하게 해야지 대충 망하게 하면 그 건방지고 시민들 무서워 할 줄 모르는 고질병을 절대 고치지 못한다"는 말들을 대놓고 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거친 언행과 순간순간 바뀌는 말 뒤집기도 한국당 몰락의 주 원인이다.

시민들은 "친구들끼리 술자리에서나 내뱉을 상스러운 말들을 TV에서 해대는 것은, 바로 우리보고 하는 소리아니냐"며 "제1야당의 대표이자 대통령 후보까지 나선 사람이 우리를 뭘로 보기에…"라는 불만들을 거침없이 쏟아냈었다.

민심은 무서운 것이다. "폭상 망하게 만들자"를 그대로 실천한 것이다.

차재권 부경대 교수는 "그동안 부산민심은 꾸준히 보수를 떠났다"며 지난 총선과 대선 결과를 예시로 들었다. 지난 2014년 총선 당시 민주당은 5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하며 3당 합당이후 최고의 성적을 냈다. 지낸 대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비(非)보수 정당 소속으로 처음 승리하며 지역주의를 이겨냈다.

차 교수는 "지난 촛불정국이 보수에 대한 부산시민들이 애정이 식는데 기름을 부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30년 동안 똑같은 사람을 밀어줬지만 달라진 게 없다. 그게 보수를 향한 민심이 떠난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선거가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당의 외연을 넓히는데 큰 역할을 했다"며 "다가오는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 출마를 노리는 인사가 많아질 것이다. 지역 정치지형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결과가 보수정치권의 몰락과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반영된 결과란 분석도 나왔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이렇게 일방적으로 나올 결과가 아니었다. 부산시장은 몰라도, 다른 선거에서는 한국당이 경쟁력이 있었다"며 "인물 경쟁력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그대로 반영된 선거"라고 평가했다.

그는 "선거기간 지역에 대한 대부분 이슈가 묻힌 채 문 대통령에게 집중됐다"며 "보수텃밭이 무너진 것은 맞지만, 다음 선거에서 문 재통령의 지지도가 떨어지면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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