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님께 진심으로 사과" 어느 일본인의 사죄
아버지 친구 유언 지키려 부산 방문 유물 기증
- 박기범 기자
(부산ㆍ경남=뉴스1) 박기범 기자 = "전쟁이란 이름 아래 자행된 위안부와 같은 비인도적 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머리가 희끗한 한 일본인이 일면식도 없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사과를 전하며 머리를 숙였다.
일본 후쿠오카현에 소재한 '병사·서민 전쟁자료관'의 다케도미 지카이 부관장(63)은 8일 오후 3시 부산 남구에 위치한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미얀마 일본군 위안부 사진 등 유물기증식'을 가졌다.
이날 기증식에서는 태양평 전쟁에 참전한 일본군 A씨가 당시 미얀마에서 만난 한국인 위안부에게 사과를 전한 유언과 한국인 위안부의 사진, 당시 미얀마 부대 모습을 담은 사진, 한국에서 보낸 위문편지 원본 등 30여점의 자료가 기증됐다.
다케도미 부관장은 이날 기증식이 "과거의 잘못을 사과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증식은 A씨의 유언에서 시작됐다. A씨는 다케도미 부관장 아버지의 친구로 지난 1975년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다케도미 부관장의 아버지에게 "전쟁에서 나쁜 일을 저질렀다. 김할머니를 찾아 과거의 잘못을 대신 사죄해 달라"고 부탁했다.
A씨가 복무한 미얀마 부대에는 총 12명의 한국인 위안부가 생활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김 할머니를 포함한 2명만이 생존했으며, 이 군인은 김 할머니가 부산 출신이란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패전 후 일본으로 돌아온 A씨는 미얀마에서 복무한 바 있던 기증자의 아버지와 만나 친분을 쌓았으며 기증자의 아버지에게 김 할머니에 대한 사과를 부탁하고 세상을 떠났다.
A씨와 마찬가지로 태평양 전쟁에 참전했던 기증자의 아버지는 친구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이를 지키지 못했고, 2002년 세상을 떠나면서 다케도미 부관장에게 아버지를 대신해 친구의 유언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다케도미 부관장은 아버지와 그의 친구 유언을 지키기 위해 김 할머니를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찾지 못했고, 과거를 잊어선 안된다는 생각에 이날 유물을 기증에 나섰다.
이날 기증은 받은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은 김 할머니를 찾기 위해 관련 단체에 문의를 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으나, 할머니에 대한 정보가 등록되지 않아 사실상 찾기 힘든 상태다.
다케도미 부관장은 "아버지와 친구분이 꼭 사죄하라는 유언을 남기셨다"며 "오늘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고개를 숙이고, 죄를 고백하기 위해 부산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 친구분은 유언에서 ‘김 할머니에게 못된 짓을 했다. 꼭 사죄를 하고 죽어야 하는데…’라며 후회했다"며 "그분의 유언을 받들어 김 할머니께 무릎을 꿇고 사죄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케도미 부관장은 이날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 상대의 슬픔에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36년간의 식민지 지배를 하며 민족문화를 말살시키고, 강제연행, 위안부 등으로 여성을 욕보인 피눈물을 역사를 지닌 한국에 진지하게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일본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독일은 전쟁에 대한 진심어린 반성을 하하고, 보상이란 형태로 피해를 입힌 국가들에게 성의를 표시하고 있는데 같은 패전국인 일본은 어떠한가"라며 전후 전혀 다른 형태를 보이는 독일과 일본을 비교하기도 했다.
다케도미 부관장은 "지금 일본 권력자들은 역사로부터 배우거나 깊은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며 "해결하지 못한 역사는 후손들의 빚으로 이어져 비참한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과거 일본의 문제를 제대로 알려 전쟁과 인권이라는 보편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며 "이것이 아시아 사람들에게 진정한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날 기증식을 마친 다케도미 부관장은 일본 영사관 앞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을 방문하기 위해 자리를 나섰다.
p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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