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불빛속 손님 유혹하는 창원 상남동 호객꾼
- 강대한 기자

(부산·경남=뉴스1) 강대한 기자 = “삼촌, 동남아 안갑니까? 러시아도 있는데”
지난 22일 오후 10시쯤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일대. 도내 최대 유흥 밀집구역인 상남동은 화려한 네온 불빛으로 뒤섞여 있었다.
좁은 길가로 지나다니는 승용차가 뿌려대는 유흥주점 전단과 갈지자로 비틀거리며 걷는 취객. 그 사이로 멈춰선 남성들이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이들은 속칭 ‘삐끼’라 불리는 호객꾼들이다. 먹잇감을 노리는 매의 눈으로 이들이 찾던 건 다름 아닌 유흥주점 손님이었다.
50대로 보이는 한 삐끼는 기자와 눈이 마주치자 마치 ‘찾았다’는 듯 다가와 말을 붙였다. 그는 “삼촌아 술 한잔 더 안해? 애들이 좋아, 돈 안 받을 거니까 시원하게 맥주 한잔하면서 땀만 식히고 가”라고 부추겼다.
삐끼는 온갖 달콤한 말로 기자를 유흥주점으로 꼬드겼다.
“아니요. 괜찮습니다”라고 답했지만 삐끼는 약 40~50m를 쫓아오며 팔을 잡고 늘어졌다. 이런 일방적인 대화는 “네네. 명함 하나 주세요”라고 하고나서야 끝이 났다.
이런 식으로 30여분 동안 상남동 300m 가량 걸으며 만난 삐끼는 10여명이나 달했다.
무더운 날씨와 호객 행위로 지쳐서 쉬어가기 위해 상남동 분수광장 의자에 앉으려하는데 엉덩이를 붙일 새도 없이 또 다른 삐끼 박모씨(34)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자연스레 나란히 앉아 대화를 이어갔다.
박씨는 “우리도 불법인건 잘 알지예. 근대 밥 묵고 배운 게 이 짓뿐인데 우짭니까”라고 토로하면서 “집에 있는 아(애기)들 기저귀 값 벌려면 벌금 맞아도 (돈 벌러)나와야지예”라고 말끝을 흐렸다.
창원시 상남동 중심상업지구에는 전국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많은 유흥주점이 몰려 있다. 바늘 가는데 실 가듯 상남동에 삐끼가 넘치는 이유다.
공생관계에 있는 유흥주점 업주와 삐끼는 경찰의 계속되는 단속에도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상남동을 관할하는 창원중부경찰서는 올해만 호객행위 단속으로 식품위생법 형사입건 2건, 즉결심판 청구 4건, 통고처분 11건 등을 적발했지만 여전히 상남동의 호객행위는 성행하고 있다.
단속으로 적발돼도 처벌자체가 솜방망이에 그쳐 호객행위를 계속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흥주점 업주와 삐끼 간에 연관성이 입증되면 식품위생법으로 처벌 받는다.
단속된 업주는 즉심이나 형사 입건되고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삐끼는 통고처분이나 즉심 등으로 처벌한다.
호객행위로 처음 적발된 경우 통고처분을 받아 범칙금 5만원에 그치고, 상습적으로 적발되는 경우에는 즉심에 회부돼 20만원 이하 벌금형이 부과된다.
지역 유흥업계에 따르면 삐끼가 데려온 손님이 주점에서 매상을 올리면 접대부·술 값 등을 떼고 남은 순 이익금을 업주와 삐끼가 반씩 나눠 가진다.
예를 들면 손님 1테이블에서 30만원치 매상을 올리고 접대부·술 값 등을 뗀 뒤, 만약 순 이익금이 10만원이 남았다면 업주와 삐끼가 5만원씩 나눠 갖는다.
삐끼가 호객행위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날마다 천차만별이다. 하루종일 호객행위를 해도 한푼 못쥘 때도 있고, 많을 때는 하루에만 50만원 이상을 벌어들일 때도 있다고 했다.
하루 종일 호객행위를 해서 1건만 성공해도 범칙금은 충분히 낼 수 있는 것이다. 또 즉심 결과가 나오는 수일 동안 계속 호객행위를 한다면 20만원의 벌금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구조다.
이들이 범칙금을 무시하고 호객행위를 계속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나친 호객행위와 쓰레기장을 방불케하는 전단때문에 상남동을 지나는 시민들의 시선도 곱지않다.
시민 김모(30)씨는 “요즘 같은 더운 날씨에 호객꾼들이 치근대면 짜증부터 난다”면서 “바닥에 널부러진 유흥전단만 밟고 가도 약속장소까지 갈 수 있을 정도다. 학생들까지 쉽게 접할 수 있어 걱정이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경찰 단속도 중요하지만 영업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행정처벌 기준 강화도 뒤따라야한다”며 “지자체와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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