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하상가 운영권 둘러싼 갈등 해결책 없나
공공성 vs 시장성, 지하상가 바라보는 시각 엇갈려
상권에 따라 운영권에 대한 의견 엇갈려
상인들 "임대기간 연장이라도"
- 박기범 기자
(부산ㆍ경남=뉴스1) 박기범 기자 = 부산시 지하상가 운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시 내 국제, 남포, 광복, 서면, 부산역, 대현, 롯데월드 등 7개 지하상가는 1970~80년대 민간 투자를 받아 개발됐다.
당시 투자를 했던 민간업체들은 각 지하상가 마다 약 20~30년의 지하상가 운영권을 획득, 이들은 이후 지하상가 점포를 분양한 뒤 지금까지 지하상가를 운영해왔다.
최근 각 지하상가의 운영권은 계약기관 만료에 따라 최근 운영권을 부산시로 이전, 부산시설공단(이하 시설공단)이 지하상가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국제, 남포, 광복, 서면, 부산역 등 5개 지하상가의 운영권이 시설공단으로 이전 됐으며, 오는 4월과 2017년 12월에는 대현지하상가와 롯데월드 지하상가 운영권이 시설공단으로 이전될 예정이다.
하지만 지하상가 운영권을 이전을 놓고 공유재산인 만큼 ‘공공기관’운영이 필요하다는 부산시의 주장과 상업시설인 지하상가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민간기관’운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여기에 과거 분양받은 상인들은 재산권 침해, 장기적 투자 등 다양한 이슈가 더 해지면서 논쟁은 더욱 격해지고 있다.
운영권 이전을 앞둔 대현지하상가의 경우 1년 넘게 민간운영을 위한 부산 시청 앞에서 집회를 진행 중이며, 이미 운영권을 넘긴 지하상가에서도 시설관리공단의 운영을 놓고 의견이 나뉘고 있다.
◇지하상가…공공성 vs 시장성
갈등의 중심에는 공공성과 시장성이 있다. 부산시 조례에 따르면 지하상가는 '공유재산'으로 공적 기능이 강조된다.
그동안 지하상가를 분양받은 상인들은 높은 임대료로 가게를 재임대(전대)하거나, 과도한 권리금을 책정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부산시는 운영권을 회수해 점포 임대계약 과정에서 공공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시설관리공단으로 운영권 이전이후 상가 임대, 권리금 거래는 중단됐다. 점포운영권은 공개입찰을 통해 임대계약으로 이뤄지고 있다.
또한 과거에 분양받은 상인들의 재산권 침해의 경우, 당시 계약서에 민간업체의 운영기간과 이후 부산시로 운영권 이전이 명시된 만큼 운영권회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시는 이미 운영권이 이전된 지하상가의 경우 과거 분양 받은 상인들에게 분양가를 보상해줬다.
반면 민간 운영을 주장하는 이들은 “지하상가 운영은 지방공기업법에서 정하고 있는 시설공단의 사업범위가 아니다”라며 “지하상가는 사경제 영역인 만큼 전문성 있는 민간기관이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문제로 지적받는 높은 전대와 권리금은 민법상 불법이 아니며, 지하상가의 경쟁력 상승의 결과라는 입장이다.
상가 인프라 개선을 위해서 민간운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현프리몰의 경우 건립된 지 30년이 넘어 환기시설이 현행법 기준 1/5 수준에도 미치지 못해 전면 개보수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상인들은 시설관리공단은 9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이 같은 투자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부산시설공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부산시가 사업을 대행하기 때문에 시설관리공단의 적자와 지하상가 관리와는 무관하다”며 “꾸준히 개·보수가 이뤄줘 시설에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시설관리공단 운영, 낮은 운영비 만족 vs 상가 경쟁력 저하
이 같은 갈등 가운데 현재 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지하상가 상인들의 반응은 둘로 나뉜다.
주변상권과 경쟁이 심한 지하상가의 경우 경쟁력 저하로 공단운영에 부정적이다.
윤영진 서면지하상가 번영회장과 정명섭 광복지하상가 상인회장은 “시설관리공단의 운영 이후 우려했던 상가 경쟁력 악화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시설관리공단 운영 이후 점포의 임대, 권리금이 제한되고, 임대계약으로 전환되면서 장기적 투자가 사라지고 뜨내기 상인들이 입점해 상가 전체 경쟁력이 저하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행정절차와 업종 규제 때문에 시장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서면지하상가와 광복동지하상가 곳곳에는 일명 ‘떨이판매’에 나선 임시점포와 빈 매장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으며 위생문제로 식음료 매장의 입점이 제한받고 있다.
반면 부산역지하상가와 남포지하상가는 공공기관 임대에 긍정적이다. 낮아진 임대료로 인해 점포 운영에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권태근 부산역지하상가 상인회장은 “임대료가 줄어든 만큼 가게 운영에 부담이 없어 만족스럽다”며 “주변 상권과 경쟁이 심하지 않아 상권 자체 경쟁력에 큰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민간기업에서 운영할 당시보다 매월 약 10만원 가량의 임대료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남포지하상가의 한 상인은 “부산시는 경기침체와 함께 기장 롯데몰, 롯데백화점 개장 등으로 유통구조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며 “단순이 시설관리공단 운영으로 인한 상가침체를 지적하는 것은 과잉해석”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문가…민간 운영해야, 상인들…임대기간 연장이라도..
전문가들은 지하상가의 민간운영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윤상복 동의대 교수는 “주변 상권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다 효율적 대응이 가능한 민간운영이 바람직하다”면서 “서울, 인천 대도시의 경우 지하도상가의 80%이상이 민간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부산시민들의 72.5%, 부산지하도상가 상인의 78.5%가 민간관리방식을 원한다는 설문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같은 설문조사 결과 시민들의 서비스만족도는 민간관리지하도상가의 경우 54.7%로 공단관리지하도상가의 19.2%에 비해 현저히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는 논란 속에서도 운영권을 이전한 지하상가들과의 형평성, 그동안 운영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운영권 회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부산시의 이 같은 결정에 일부 상인들의 반발은 거세다.
오는 4월 운영권 이전을 앞두고 있는 대현프리몰 관계자는 “상가 경쟁력은 곧 상인들의 생존권”이라며 “민간기관 운영을 위해 집회가 아닌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강경대응 방침을 발표했다.
이미 운영권을 넘긴 서면지하상가의 한 상인은 “상가거래의 중심인 임대, 권리금 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정상적 상가 기능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운영권 이전에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상인들은 현실적 대안으로 안정적 점포 운영을 위해 임대기간 연장을 주장했다.
현재 점포임대는 5년을 기준으로 1번의 연장을 통해 최대 10년간 점포 운영이 가능하다. 이후에는 부산시장의 인가를 통해 연장할 수 있지만 시설공단에서 이를 거절할 경우 점포를 나와야 한다.
남포지하상가의 한 상인은 “이미 운영권 회수 방침이 확고한 상황에서 점포를 계속 운영하는 것이 최고의 목표”라며 “장기적 운영이 가능하면 점포에 대한 투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공공시설을 보다 공익적 관점에서 운영하는 것인 만큼 입장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임대기간의 경우 상인들과 협의를 통해 조정해 왔던 만큼 향후에도 지속적 소통을 통해 좋은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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