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태석 신부 소속 살레시오회, KBS 스페셜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

"KBS 관계자 사문서 변조 의혹도 법적 조치 검토"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 브라스 밴드'가 지난 10월15일 저녁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KOAFEC 장관급회의 만찬에서 공연하고 있다. © News1 이정선 기자

남수단 톤즈에서 의료와 교육 봉사로 헌신했던 고(故) 이태석(1962~2010) 신부가 소속된 재단법인 한국천주교살레시오회는 KBS 스페셜 '브라스 밴드, 한국에 오다'에 대한 영상물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남부지법에 제기했다고 15일 밝혔다.

살레시오회는 KBS가 해당 프로그램의 촬영과 방영 근거로 제시한 양해각서가 변조됐다며 이 부분에 대한 법적 조치도 검토 중이다.

살레시오회 관계자는 "KBS에 사문서 변조 의혹을 전달했는데도 방영을 강행하려는 것은 방송사 내부에서 변조에 연루가 돼있을지 모른다는 의혹을 갖기에 충분하다"며 "변호사와 논의한 뒤 톤즈 돈보스코학교의 위임을 받아 KBS에 대해 사문서 변조 혐의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살레시오회에 따르면 지난 7월 한-아프리카경제협의체(KOAFEC)와 사단법인이태석사랑나눔(스마일톤즈)은 지난 10월15~18일 서울에서 열렸던 제4차 한-아프리카 장관급 경제협력회의에 맞춰 돈보스코브라스밴드를 초청하기로 합의하고 남수단 정부 관계자와 톤즈 돈보스코학교의 동의를 받았다.

돈보스코브라스밴드는 '수단의 슈바이처'로 불렸던 고 이태석 신부가 생전에 직접 톤즈의 청소년들을 모아 만들고 지도한 밴드다.

이후 지난 9월21일 돈보스코학교·남수단 정부·KOAFEC·사단법인이태석사랑나눔 등 4자는 브라스밴드의 초청과 그 방한활동에 대해 8개 항에 이르는 구체적인 이행사항들을 양해각서(MOU)로 합의·서명하고 각자 1부씩 보관했다.

살레시오회는 "양해각서에 따르면 4자 합의 이외의 것을 실시하고자 할 때는 반드시 4자의 별도 합의를 거쳐야 한다"며 "돈보스코브라스밴드의 활동을 촬영해 공중파 방송으로 방영한다는 내용은 담겨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KBS는 브라스밴드의 한국 방문을 위한 여정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이들의 활동을 적절한 절차없이 촬영했다"며 "촬영대상인 브라스밴드 지도자와 대원들로부터 전달된 문서를 통해 방송금지 요청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방영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살레시오회는 또 4자가 합의한 양해각서 내용이 일방적으로 변조된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브라스밴드의 방송금지 요청에 대해 KBS가 자신들이 입수한 양해각서를 제시하며 방송 강행의 정당성을 주장했지만 KBS가 입수한 양해각서 사본은 톤즈 돈보스코학교가 보관하고 있는 원본과 내용이 동일하지 않다"고 밝혔다.

톤스 돈보스코학교가 보관하고 있는 양해각서 원본은 그 이행사항으로 8개 조항을 제시하고 있지만 KBS가 제시한 양해각서 사본은 9개 조항으로 촬영과 방영에 대한 조항이 첨가됐고 다른 조항 내용도 심각하게 변조됐다는 것이다.

살레시오회가 돈보스코 학교에서 받은 양해각서(위)와 KBS가 입수한 양해각서(아래). © News1

살레시오 측은 "누군가 분명히 자신들의 불순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그 양해각서를 변조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KBS는 이런 사실을 통보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제시한 문서의 진위여부를 확인하려는 자세를 취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방송을 강행하려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돈보스코브라스밴드 인솔 책임자는 자신들의 사전동의와 양해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무단으로 진행된 KBS의 일방적인 촬영과 방영 시도에 분노를 표하며 방송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데 대해 불쾌감을 표하고 있다고 살레시오회는 전했다.

KBS 측은 살레시오회 측의 수차례 요청으로 당초 방송하기로 했던 지난 11일 방영하지 않는 대신 18일 방송을 강행하겠다고 밝혀왔지만 14일 입장을 변경했다.

KBS 측은 "당초 KOAFEC, 남수단 정부, 사단법인이태석사랑나눔 등에서 방송을 요청해왔고 양해각서는 KOAFEC으로부터 입수한 것"이라며 "살레시오회에서 MOU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함에 따라 의혹이 제기된 부분이 확인될 때까지 일단 방영을 잠정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