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정교분리 모범은 헌신과 절제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김민석 국무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난 13일 면담했다. 예정된 일정이 아니었다. 김 총리는 폴라 화이트 목사가 주선했다고 밝혔다. 백악관 신앙사무소 상임고문인 화이트 목사는 트럼프의 '영적 멘토'라고 불리며 국내 종교계 지도자들과도 막역한 사이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가 막후에서 역할 했다는 단독 보도가 곧바로 나왔다. 당일 오후 교회는 다른 내용의 입장을 냈다. 교회는 "이번 면담은 정부가 쏟은 전방위적이고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의 결실"이라고 밝혔다.

이영훈 목사는 폴라 화이트 목사를 매년 만나왔다. 이번에도 김 총리보다 일주일 먼저 백악관 신앙사무소에서 화이트 목사를 면담했지만, 교회는 신앙적 교류만 인정했다. 접점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단독 보도의 신뢰도는 낮을 수가 없다.

그러나 외교 성과에서 민간 인맥을 앞세우면 해석을 넘어 오해가 따라붙는다. 민간에는 '배후'라는, 정부에는 '의존'이라는 딱지가 붙는다. 교회가 공을 키우지 않은 이유다. 오해가 불어나기 전에 선을 긋고, 성과의 중심을 정부에 돌렸다. 종교가 공적 영역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절제의 미덕이다.

짚어야 할 지점이 하나 더 있다. 이영훈 목사의 이타적 헌신이다. 그는 지난해 교회뿐만 아니라 자택까지 압수수색을 당했다. 특검은 혐의도 입증하지 못했고, 교회가 납득할 만큼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 범죄가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종교단체가 영장 집행을 겪는 일은 이례적이다. 그 과정에서 그와 교인이 느꼈을 억울함과 경계심은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목사는 억울함을 앞세우지 않았다. 예상 가능한 오해와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국익과 공적 판단을 위해 움직였다. 백악관 신앙사무소를 매개로 한 접촉은 새로운 유형의 정교유착이라고 비난받을 수도 있다. 정치적 맥락과 신앙적 가치를 같은 저울에 올려두면 정치적 맥락으로 기울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그는 화이트 목사와의 접점을 마다하지 않았고, 교회는 성과를 정부에 돌리는 방식으로 선을 그었다.

정교분리는 종교를 공적 영역에서 몰아내자는 구호가 아니다. 종교가 권력을 소유하거나 정치가 종교를 동원하는 구조를 막자는 원칙이다. 아울러 종교가 가진 신뢰와 국제 네트워크를 공익에 쓰이는 길까지 차단하자는 뜻도 아니다.

정치와 종교는 긍정적 접촉을 늘리되, 그릇된 종속을 끊어내야 한다. 대승적 협력은 살리고 부당한 거래는 없애야 한다.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