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세계청년대회 특별법은 종교갈등의 씨앗"
세계청년대회 특별법 논란 배경은 "정치와 종교 분리의 원칙에서 벗어나"
특혜성 조항 vs 대규모 행사 공공안전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2027 제41차 서울 세계청년대회 지원 특별법안’을 둘러싸고, 헌법이 규정한 정교분리의 원칙과 국가 재정 투입의 한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를 두고 논쟁이 커지고 있다.
종교투명성센터는 "한국은 다종교사회인데 가톨릭이 정부를 상대로 특별법을 제정해 달라고 국회를 움직이고 정부를 압박하는 것은 심각한 종교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며 "주무부처인 문체부뿐만 아니라 기재부도 우려를 표했다"고 주장했다.
불교, 개신교, 천주교 시민단체 33곳이 참여한 이 센터는 "당장 조계종에서 거세게 반발하는 등 이 법률의 존재자체가 이미 종교 간 갈등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의 지적대로 반대 입장의 중심에는 불교계가 있다. 불교계는 특별법 논란이 헌법상 정교분리의 원칙에 맞게 단순한 종교행사에 국가 재원이 투입돼서는 안 된다는 기준을 어긴다며 법안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여러 종교계가 제시한 대안은 '특별법보다는 관할 부처의 행정규칙(훈령·예규 등)을 통한 지원'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특별법안은 세계청년대회를 국제행사로 지원하기 위해 정부지원위원회를 두고, 조직위원회에 행정·재정 지원 근거를 일괄 제공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조직위가 재난·안전관리·응급의료·출입국 등에서 행정·재정 협조를 요청하면 관계 기관과 공공기관이 최대한 협조하도록 하는 데 있다.
여기에 대테러·안전대책, 출입국·보건 협조, 휘장사업·기념주화·기념우표 등 수익사업과 수수료·사용료 부과에 관한 특례 규정이 묶여 있다.
불교계는 이 구도가 "국가가 특정 종교행사를 위해 예외적인 지원 체계를 별도로 마련하는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과 직결된다고 본다.
불교계가 강하게 반대하는 지점은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와 '국가 등의 지원' 조항이다. 불교계는 이를 두고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상 단순한 종교행사에는 국가 재원이 투입돼서는 안 된다는 객관적 기준을 흔들 수 있는 조항"이라고 우려한다. 아울러 민간까지 포괄하는 협조 의무도 정교분리 원칙과 연결된다.
아울러 "조직위원회 요청을 받은 국가·지자체·공공기관·법인·단체 등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는 문구가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기업과 각종 단체에까지 사실상의 협조·기부 압력이 작동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불교계는 헌법이 요구하는 것은 국가 권력이 특정 종교를 우대하거나 불리하게 대하지 않는 중립성이기 때문에 단순한 종교행사 자체를 위해 공권력과 재정이 광범위하게 동원되는 구조는 그 원칙에 배치된다고 덧붙였다.
조직위원회 해산 뒤 잔여재산 처리 방식도 특혜성 논란이 있다. 조직위 해산 시 잔여재산을 정관에 따라 '법인과 유사한 단체'에 기증할 수 있도록 하고, 정관에 정함이 없을 때만 공익법인 설립·운영 법률을 준용해 국가·지자체 귀속으로 처리하도록 했다(안 제14조 요지).
불교계는 공익법인 잔여재산의 원칙적 귀속을 국가·지자체로 보는 일반 규정과 달리, 세계청년대회에만 예외를 둔 점을 문제 삼으며 "특정 종교행사를 위해 마련된 조직의 자산을 다시 유사 단체에 넘길 수 있도록 허용하는 특례"라고 비판했다.
정부지원위원회의 설치 방식과 위상도 논쟁 대상이다. 발의안들 가운데에는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에 각 부 장관을 참여시키는 안이 있었고, 최근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으로 위상을 낮추되 실무지원단 설치를 병행하는 안이 제시됐다. 불교계는 어느 방식을 택하든 공무원의 종교적 중립성과 업무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국가조직이 특정 종교행사에 관여하는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특별법 찬성 측에서는 세계청년대회의 규모와 공공성에 무게를 실었다.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청년대회가 최근 평균 100만 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로 커졌고, 혹서·태풍 등 기후 변수 속에서 재난 대응과 응급의료, 출입국 관리 등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대회 개최에 따른 생산·부가가치·고용 유발 효과와 문화·관광 홍보 효과도 함께 언급한다. 찬성 측은 이처럼 재난·안전·출입국 등 공공행정 영역은 "종교행사 여부와 무관하게 국가가 책임져야 할 영역"이라는 점을 들어,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과 충돌하지 않는 범위에서 행정·재정 지원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정부의 검토보고서에서마저도 반박된다. 보고서에는 '불교계 측 특별법 반대 의견'을 별도로 요약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법률 심사 전 공청회 등 사회적 조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도 병기했다.
아울러 "동 제정안은 가톨릭이라는 특정 종교의 행사를 국가에서 지원하기 위한 법안으로, 헌법 제20조 제2항이 보장하는 정교분리 원칙을 위배한다"는 지적과, "중장기적으로 문화·예술·관광 분야 국제행사 유치·추진을 포괄하는 일반법 제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제안이 담겼다.
종교계가 제시하는 대안은 '특별법 제정을 통한 대규모 지원보다는 관할 부처의 행정규칙(훈령·예규 등)을 통한 지원'이다. "행사장 안전에 대한 보장이 필요하다면, 특정 종교행사를 위한 개별 특별법보다는 해당 지원 부처의 지원 근거가 되는 행정 규칙 제정을 통해서도 충분한 행사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논쟁의 초점은 종교 간 갈등이라기보다, 헌법이 요구하는 정교분리 원칙과 국가 재정·행정 지원의 경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있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조문별 헌법·법체계 적합성과 예외 범위를 공개적으로 따지는 논의가 진행된다면, 이번 논란은 특정 종교를 둘러싼 찬반을 넘어서 한국 사회가 정교분리 원칙과 국제행사 지원 기준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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