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한] 역대 바티칸 수장들과 한국 천주교회의 인연은

조선시대 이수광 '지봉유설'에서 '교화황'으로 처음 소개돼
그레고리오 16세, 조선교구 설정…프란치스코 세 번째 방한

프란치스코 교황. ⓒ News1

(서울=뉴스1) 박태정 기자 = 요한 바오로 2세(재위 1978~2005)에 이어 프란치스코(2013~)까지 천주교 교황이 한국을 직접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이지만 한국은 역대 교황들과 직·간접적인 깊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교황의 존재가 우리 민족에게 처음 알려진 것은 1641년 한역 서학서를 처음 도입했던 이수광이 저서 '지봉유설'에서 마태오 리치가 쓴 '천주실의'를 소개하면서다.

'천주실의'에는 "그 풍속에 군을 '교화황'(敎化皇)이라 하고 혼인하지 않은 독신으로 세습해 계승하지 않고 현자를 가려 세운다"고 적혀 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 따르면 우리 민족의 소식을 처음 접한 교황은 알렉산데르 7세(1655~77)였다. 제사 금지를 완화하고 중국 복음화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예수회 선교사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1660년 조선을 '남경교구'에 예속시켜 선교를 권장했다.

클레멘스 11세(1700~21) 교황은 1702년 조선 재치권(교회를 다스리는 권한)을 남경교구에서 '북경교구'로 이양했고 1715년 제사 등 선교지역 관습을 받아들이는 것을 금지하는 칙서를 반포해 조선 왕조가 천주교를 박해하는 결정적 빌미를 제공했다.

1784년 정약용의 처남인 이승훈이 세례를 받고 귀국해 천주교 신앙 공동체를 만든 뒤 북경교구는 1795년 중국인 주문모 신부를 조선에 파견한다.

1801년 주 신부 순교 이후 신유박해를 거치면서 신자들은 로마 교황에게 성직자 영입을 청원했고 1827년 포교성성(현 인류복음화성)에 접수돼 포교성성 장관이었던 카펠라리 추기경은 파리외방전교회에 조선 선교를 맡겼다.

카펠라리 추기경이 바로 1830년에 교황으로 선출된 그레고리오 16세(1831~46)로 한반도에 최초의 교회 행정구역인 '조선교구'를 설정했다.

그레고리오 16세는 교황직에 오르자마자 조선 선교지 문제를 직접 나서서 해결했다. 1831년 9월 9일 '조선대목구'를 설정하고 초대 대목구장으로 파리외방전교회 브뤼기에르 주교를 임명하는 칙서를 반포했다.

비오 11세(1922~39) 교황은 전주지목구를 설정해 처음으로 한국인 성직자에게 자치를 맡겨 한반도 지역교회의 틀을 마련했으며 1925년 7월 5일 한국 순교자 79위를 복자로 선포했다.

1931년에는 조선대목구 설정 100주년을 맞아 개최된 한국교회 첫 공의회에 무니 대주교를 교황사절로 파견하는 등 한국교회에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요한 23세(1958~63) 교황이 재위하던 1962년 한국 교회는 교황청에서 직접 관할하는 '대목구' 시대를 마치고 정식으로 교계제도가 설정돼 서울·대구·광주 대목구가 대교구로 승격됐다.

바오로 6세(1963~78) 교황은 1969년 서울대교구장이었던 김수환 스테파노 대주교(당시 47세)를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추기경에 서임했다. 또 1963년 12월 대한민국과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1968년 10월 6일 한국 순교자 24위를 복자로 선포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한국을 두 차례나 방문해 한국인들에게 친근한 기억을 남겼다.

요한 바오로 2세는 1984년 5월 2~7일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5월 6일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103위 순교 성인 시성식을 주례했다. 로마 밖에서 거행한 첫 시성식이었다.

당시 교황은 서울 김포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려 한국 땅을 밟자마자 무릎을 꿇고 땅에 입을 맞추며 "순교자의 땅, 순교자의 땅"이라 고 말한 일화가 유명하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서울·광주·대구·부산을 돌며 세례성사와 견진성사, 사제서품식을 주례하고 노동자와 농어민, 나환자들을 두루 만났다.

로마에서 1984년 방한 준비를 도왔던 장익 주교에 따르면 요한 바오로 2세는 광주대교구 방문 때 5·18민주화운동의 상처가 남아 있는 전남도청과 금남로를 거쳐 소록도 나환자 병원에 갈 것을 고수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1989년 10월 7~9일 서울에서 열린 제44차 세계성체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 번 더 한국을 찾았다.

베네딕토 16세(2005~2013) 교황은 한국을 찾지 못했지만 전 세계인이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화해를 위해 기도하고 노력해 줄 것을 여러 차례 호소했다.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교황은 "지금 한반도에서는 남북 대화의 여러 중요한 진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기도를 당부했다.

2009년 2월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했을 때는 정진석 추기경을 교황 특사로 임명해 장례미사를 주례하도록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과 한국 천주교에 특별한 관심을 꾸준하게 보여왔다.

지난해 3월 즉위하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맞은 첫 부활절에서 "아시아, 특히 한반도의 평화를 빈다. 그곳에서 평화가 회복되고 새로운 화해와 청산이 자라나기를 빈다"고 한반도를 따로 언급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올해 1월에는 주바티칸 외교사절단에게 한 연설에서 "한반도에 화해의 선물을 달라고 주님께 간청하고 싶다. 한국인들을 위해 이해당사자들이 끊임없이 합의점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14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pt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