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표현의 자유 폭넓게 인정·보장…사실 확인 책임 강하게"

'해외 주요국의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분석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 브리프 9호

미국 뉴욕의 한 인쇄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재판 유죄평결 소식이 담긴 뉴욕타임스(NYT) 신문이 인쇄되고 있다(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2024.05.30/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한국언론진흥재단은 15일 미디어 브리프 9호를 통해 해외 주요국의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분석했다.

김창숙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원은 분석 자료에서 영미권 국가들의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피해 보상과 재발 방지라는 두 가지 목적을 모두 고려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섬세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석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운용하지만,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실질적 악의'가 입증될 때만 제한적으로 인정한다. 특히 미국은 '뉴욕타임스 대 설리반' 판례를 통해 공인에 대한 보도에 관해서는 '명백한 허위임을 알고도 보도했거나 진실성에 대한 무모한 무시'가 증명되어야 한다고 확립했다.

이는 단순한 실수나 과실은 처벌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도미니언 대 폭스뉴스 사건처럼 언론이 허위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보도를 계속했다는 증거가 드러난 경우에만 천문학적 금액의 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반면 영국과 호주는 언론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지 않거나 엄격히 제한한다. 대신 '가중 손해배상' 제도를 통해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이나 추가 피해를 보상한다. 특히 언론이 악의적으로 피해자를 모욕한 경우 위자료를 증액하는 방식으로 제재를 가해 표현의 자유와 피해자 구제라는 두 가치를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언론에 대한 직접적인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없다. 대신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통해 구글, 유튜브 등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고, 허위 정보 확산을 막기 위해 언론과 팩트체커의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김 선임연구원은 이번 분석을 통해 "해외 사례들은 공통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면서도, 언론이 사실 확인 및 검증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책임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봤다. 또한 "디지털 시대에는 기존 언론사뿐만 아니라 블로거, 팟캐스터 등 모든 정보 제공자가 이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