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임신 몰랐던 동물원…관람하던 어린이가 발견
- 김연수 기자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딸이 토끼들이 불쌍하다며 죽은 토끼가 계속 생각난다고 했어요. 즐거운 마음으로 갔는데 동심만 파괴한 것 같아 미안해요."
지난 4일 8살 딸과 대전아쿠아리움 동물원을 찾은 30대 여성 이씨는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유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토끼를 직접 볼 수 있는 체험관을 관람하던 도중 토끼가 새끼를 낳은 것.
A씨는 "태어난 새끼들이 다른 토끼들에게 계속 밟히는데 동물원 관계자들이 모르고 있어서 말해줬다"며 "태어난 새끼 중 한 마리는 죽었다"고 말했다.
대전아쿠아리움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토끼의 암·수컷을 분리해놓는데 간혹 가림막을 뛰어넘어 교배되는 경우가 있다"며 "사육사들이 손으로 임신했는지 확인하지만 판단이 어려울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양이 암컷 한마리는 7년 뒤 4만마리의 새끼를 번식시킬 수 있지만 토끼는 900억마리를 번식시킬 수 있을 정도로 번식력이 좋다. 최영민 서울시수의사회 회장은 "토끼는 암·수컷을 확실히 분리하지 않으면 관리가 힘들다"며 "원래 땅굴을 파서 생활하는 토끼의 습성상 관람객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은신처 없는 환경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대전아쿠아리움은 지하방공호로 활용됐던 천연동굴을 국내 최대 담수어 수족관으로 바꾼 곳으로, 살아있는 물고기를 만질 수 있고 희귀동물도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도록 체험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야생동물 또는 가축을 10종 또는 50개체 이상 보유·전시하는 동물원은 의무적으로 시에 등록해야 한다. 또 전시시설, 사육시설, 격리시설 등 필요한 시설을 각각 갖춰야 하며, 수의사(비상근 인력 포함) 1명 이상과 전문사육사 1~3명 이상을 등록요건에 맞춰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동물원 설립과 운영의 근거에 필요한 법제도일 뿐 사육환경이나 관리에 대한 기준까지 마련해놓지 않았다. 그래서 '동물복지 없는 동물원법'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현행법상 일정규모 이상의 시설만 등록하도록 하다보니 작은 규모는 관리감독이 어렵다"며 "비상근 수의사는 시설에서 불러야 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또 특별한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은 사육사들은 임신을 했는지, 다쳤는지, 병에 걸렸는지 등을 알지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
그러면서 이 대표는 "영국이나 유럽연합에서는 임신한 동물이나 새끼는 전시를 제한하는 규정이 마련돼 있다"며 "국내도 동물원에서 지켜야 할 '동물복지 규정'을 만들고 국가의 허가를 받은 시설만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발의한 동물원법 개정안에는 환경부 산하에 '동물원·수족관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동물 종별 관리지침을 정해 동물원에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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