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고 아픈 고양이들 돌보는 '파란 눈의 천사'

[인터뷰] 유학 온 프랑스인 쥐스틴 모느리…"입양하고 평생을 책임져주세요"

프랑스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라로쉘 출신인 쥐스틴 모느리(25)가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원효로4가 사단법인 나비야사랑해(대표 유주연)의 보호소를 방문해 고양이를 돌보고 있다.ⓒ News1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바다를 건너 온 파란 눈의 한 젊은 여성이 한국의 유기묘들을 위해 따뜻한 사랑을 나눠주고 있어 화제다.

낯선 이국 땅에서 '캣맘'을 자처한 이는 프랑스 남서부 아름다운 항구도시 라로쉘(La Rochelle) 출신의 쥐스틴 모느리(25).

숙명여대 어학당에 재학중인 쥐스틴은 8개월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평소 인터넷을 통해 접한 한국 음악과 음식, 문화를 동경해온 그녀가 탄탄한 직장을 그만두고 이 같은 무모한 결정을 내린 데는 호기심이 크게 작용했다.

프랑스에서 간호사로 일했던 그녀는 좀더 늦기전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결정한 게 한국 땅을 직접 밟아야 겠다는 것이었다.

"K팝을 정말 좋아했어요. 그렇게 시작된 관심이 점차 한국에 대한 궁금증으로 커졌죠. 그리고 프랑스에서 간호사 일을 하면서 좀더 나이가 들기전에 제 삶의 변화를 찾고 싶었어요. 그래서 한국에 가서 말도 배우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고대하던 한국행인 만큼 준비도 철저했다. 인터넷에서 한국에 대한 많은 정보를 찾았다. 그러던 중 유튜브 채널 '울라라서울'(oohlalaseoul)을 알게 됐다.

쥐스틴 모느리(25)가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원효로4가 사단법인 나비야사랑해(대표 유주연)의 보호소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News1

울라라서울은 같은 프랑스인으로 서울에서 8년간 생활한 마리 앤이 운영하는 채널이다. 패션, 뷰티, 메이크업, 여행을 좋아하는 인기 유튜버가 한국의 곳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다채로운 영상을 찍어 세계인들과 소통하고 있다.

쥐스틴은 한국에 들어온 뒤 우연히 한 동물보호단체를 알게 됐다. 고양이 전문 보호단체인 사단법인 나비야사랑해(대표 유주연). 나비야사랑해가 운영중인 고양이 보호소가 마침 학교 근처인 서울 용산구 원효로4가에 위치하고 있어 우연이지만 그녀는 마치 운명적인 사건이라고 했다.

"원래 고양이를 무척 사랑해요. 프랑스에 있을 때도 부모님과 사랑스러운 고양이 '유나(3)'와 함께 지냈죠. 가족들을 떠나 멀리 한국으로 와 외롭기도 하고 유나도 많이 생각났는데, 나비야사랑해를 알게 된 것은 저에겐 정말 행운이었죠. 특히 학교와 거리도 아주 가까워 자주 찾아올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쥐스틴은 매주 한번씩 보호소를 찾아와 고양이들과 놀아주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등 봉사를 하고 있다. 벌써 5개월째다. 학교 수업이 없는 평일날이면 의레 보호소로 발길이 향한다.

지난 2일에도 어김없이 보호소를 찾아온 그녀는 어느새 가까워진 고양이들과 스스럼없이 장난치며 애정을 쌓아갔다.

프랑스 출신으로 숙명여대 어학당에서 한국어 공부중인 쥐스틴은 매주 사단법인 나비야사랑해 보호소를 찾아와 고양이들과 함께 지내며 청소 등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News1

그녀가 이곳 보호소의 고양이들과 빨리 친해질 수 있었던 것은 고향집에 있는 '유나' 때문이다. 길고양이였던 새끼고양이 유나를 친구가 구조했고, 쥐스틴이 입양해 키웠다.

유나처럼 예쁜 고양이들이 거리에 버려지고 이곳 보호소로 오게 된다는 사실에 그녀는 더욱 애정을 쏟고 있다.

"한국에서 와서 처음에는 이곳 저곳을 친구들과 함께 놀러다녔는데, 요즘은 평일 하루는 꼭 나비야사랑해를 찾아와 고양이들을 만나고, 주말에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고양이카페 같은 상업적인 시설보다 이런 보호소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게 더 행복해요. 사랑스러운 고양이들 덕분에 쌓였던 스트레스도 금새 풀린답니다."

다섯달째 매주 반복되는 쥐스틴의 봉사활동은 주위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어학당에 함께 다니고 있는 몇몇 친구들은 그녀의 손에 이끌려 함께 봉사를 오기도 했다.

또한 쥐스틴은 보호소 아이들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 지인들에게 보여주며 입양을 권유한다.

쥐스틴의 고국인 프랑스는 유럽 국가들 가운데서 가장 많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사료제조업체조합(FACC)의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전 가정의 절반 이상이 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쥐스틴은 나비야사랑해 보호소를 찾아올 때마다 프랑스에 부모님과 함께 있는 반려묘 '유나'(3)가 더 많이 생각난다고 했다.ⓒ News1

동물보호단체 역시 셀 수 없이 많다. 대표적인 단체는 150년 역사를 지닌동물보호협회(SPA)로, 전국에 56개의 동물피난처와 10여개 동물 무료진료소를 운영한다.

동물피난처에서 수의사의 건강검진 결과 건강한 동물은 새로운 주인에게 분양된다.하지만 동물을 좋아한다고 아무나 입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내에 거주증명을 가진 세대주로 무엇보다도 동물을 애정으로 보살필 줄 알아야 한다.

1년안에 재분양이나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는 것도 금지되며 특히 1주일에 적어도 3회 이상 산책 등 애완동물 사육규칙을 잘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주인을 잃은 반려동물들 가운데는 새로운 가족에게 입양되지 않고 '동물양로원'에서 여생을 보내기도 한다.

그곳에서는 나이가 많아 입양되기 어려운 동물들, 거동이 불편해진 노인들이 맡긴 나이 든 동물, 노인들이 유언으로 맡긴 동물들이 안락사의 두려움없이 지내고 있다.

"한국에 온 뒤 학교 주변에서 많은 길고양이들을 보고 조금 놀랐어요. 그리고 많은 아이들이 버려지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진짜 슬픈 일이죠. 한국에 비해 프랑스에서는 유기묘나 길고양이들이 좀더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편이예요. 유기동물 보호소에 찾아오는 자원봉사자들도 많고요. 프랑스인들은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나 강아지들을 그냥 거리에 버리지 않아요. 만약 더이상 양육을 못할 상황이 되면 동물보호단체 등에 맡기는 편이죠."

쥐스틴은 다음달 프랑스로 갔다가 내년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그땐 버려진 아이들을 제대로 돕기위해 취업까지 생각중이라고 했다. 그런 그녀가 한국인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한 말이 있다.

"프랑스에 가면 보호소에 있는 '은동이'가 많이 생각날거예요. 제가 올 때마다 살갑게 구는 녀석에게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나봐요. 은동이처럼 예쁜 아이들이 버려지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에요. 그런 일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반려동물을) 사지말고 입양하세요. 그리고 버리지 말고 평생을 책임져주세요."

wooklee@